“6·25전쟁의 참상 생생히 그려 韓-美에 잊혀진 전쟁 환기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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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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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포화 속으로’
미국서 시사회-토론회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영화 ‘포화 속으로’의 시사회가 끝나자 관객들이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보인다. 사진 제공 태원엔터테인먼트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영화 ‘포화 속으로’의 시사회가 끝나자 관객들이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보인다. 사진 제공 태원엔터테인먼트
“학도병들은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단지 두 손만으로 싸웠습니다. 그들이 보여주었던 영웅적인 행동과 희생정신에 존경을 표합니다.”

미국의 존 스티븐스 중령(89)은 1950년 8월 부산에 도착했다. 그는 ‘부산 해두보(Pusan Perimeter)’라고 불린 ‘낙동강 방어선’을 지켰던 몇 번의 전투에 참전했다. 9월에는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고 11월에는 사망 1029명, 부상 4582명을 기록하며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기록된 ‘장진호 전투’에서도 싸웠다. “한국전쟁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고 공산군은 잔인했습니다. 조그만 자비도 베풀지 않았죠.”

27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스탠퍼드대 커버리 오디토리엄에서 영화 ‘포화 속으로’의 시사회와 토론회가 열렸다. 시사회 직후 이어진 토론회에는 이재한 감독, 주연을 맡은 배우 권상우 씨, 미국 평론가 스콧 폰다스 씨, 스티븐스 중령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스탠퍼드대 재학생과 교수, 재미교포, 참전용사 등 400여 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영화는 1950년 8월 10일 새벽, 경북 포항에서 수백 명의 북한 정예군과 71명의 소년학도병 사이에서 벌어졌던 12시간 동안의 치열했던 전투를 다룬 실화극이다.

1952년 3월 6·25전쟁에 참전해 13개월 동안 원산, 판문점 등지에서 복무한 참전용사 레이 살라자르 씨(82)는 “영화가 매우 사실적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쟁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이 겪은 고통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추운 날 얼음을 깨고 참호를 파던 게 생각난다며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많은 한국 학생이 60년 전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관심도 없다. 이 영화를 통해 한국전쟁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씨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우리가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시사회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초청으로 열렸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소장은 “최근 (천안함 폭침사건) 정세에서 보듯이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며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현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시사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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