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큼 터프하지 않다고? 배역이 그럴뿐 나이와 무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일 03시 00분


‘엣지 오브 다크니스’로 배우 컴백한 멜 깁슨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지금 내 몸으로 ‘리쎌 웨폰’의 망나니 형사 마틴 릭스를 다시 연기하는 것은 무리다. 3차원(3D) 입체영화 시대에 나같이 늙어가는 구식 배우는 그리 오래 살아남지 못할 거다. 하지만 뭐…. 상관없다.”

2일 개봉하는 ‘엣지 오브 다크니스’(15세 이상 관람가)의 주연배우 멜 깁슨(사진)은 ‘매드 맥스’ 시리즈 등으로 팬들에게 각인된 액션 스타다. 저돌적인 박력이 트레이드마크. 새 영화에서 그는 알 수 없는 적의 공격으로 삶의 유일한 낙인 딸을 잃고 복수에 나서는 경찰 크레이븐 역을 맡았다. ‘페이백’ 이후 11년 만의 액션 연기다. 하지만 쉰 넷 나이를 실감하게 하는 성긴 머리숱과 앙상한 어깨가 낯설어 보인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주연으로 할 다섯 번째 연출작 ‘바이킹’ 준비에 한창인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예전만큼 터프해 보이지 않는다고? 내 나이 탓이 아니라 역할 때문이다. 주인공 크레이븐은 느닷없이 딸을 잃은 아버지다. 몸도 마음도 급격히 쇠약해진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물론 오랜만에 발길질을 하고 주먹을 휘둘러 보니 몸이 전만 못해서 한동안 앓기도 했다. ‘리쎌 웨폰’ 5탄? 하하…. 무리다.”

그는 2002년 ‘싸인’ 이후 배우 활동을 중단했다. 배우의 삶에 지쳐 탈출하고 싶었다고 한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연기를 다시 하고 싶었다기보다 시나리오에 반해 출연했다”는 설명. 이 영화에 자주 나오는 회상 장면에서 어린 딸과의 정겨운 시간에 행복해하는 크레이븐의 표정에는 지난해 10월 여덟째 늦둥이 딸을 얻은 행복한 아버지 깁슨의 민얼굴이 그대로 겹쳐진다. 그는 배우 일을 멈추고 나서도 감독과 제작자로서 영화 현장을 떠난 적은 없다. 이 점 역시 일에 치여 가정에 소홀했던 영화 속 크레이븐과 닮았다. “자신이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깁슨은 “40년간 줄기차게 피운 담배를 끊었다”고 답했다. “갓 난 딸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얻은 결론이다. 이 애가 커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 때 아프거나 지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 감독으로서나 배우로서나 나는 영화시장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일의 흥미로움을 즐기고 있다. 불안하지 않으냐고? 사람 일에 미리 정해진 게 없다는 것…. 난 제법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영화 ‘엣지 오브 다크니스’ 멜깁슨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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