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위대한 할머니에 명예학사 학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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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사지장애 손녀 초등 6학년부터 대학까지 수발

몸이 불편한 손녀 애슐리 씨(오른쪽)를 보살핀 공로로 미국 라베른대 졸업식에서 깜짝명예학사 학위를 받은 린다 휴스 씨(가운데). 사진 출처 ‘샌 게이브리얼 밸리 트리뷴’
몸이 불편한 손녀 애슐리 씨(오른쪽)를 보살핀 공로로 미국 라베른대 졸업식에서 깜짝명예학사 학위를 받은 린다 휴스 씨(가운데). 사진 출처 ‘샌 게이브리얼 밸리 트리뷴’
지난달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라베른대에 열린 경영대학 졸업식. 최우등 졸업생이자 학생 연사로 선발된 애슐리 휴스 씨(23)는 선천성 사지장애 환자다. 보조장치 없이 호흡이 불가능하고 최근엔 혈압까지 나빠졌다. 과제도 헤드포인터라는 특수장비가 달린 휴대전화로 해왔다.

애슐리 씨의 과제가 제때 도착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할머니 린다 휴스 씨(67)의 몫이었다. 린다 씨는 손녀가 6학년이었을 때부터 대학 졸업까지 모든 수업을 함께 들었다. 1000쪽이 넘는 책을 봐야 하는 문학수업에서 그는 애슐리 씨가 신호를 보낼 때마다 페이지를 넘겨줬다. 발목을 다쳐 목발을 짚었을 때도 손녀 곁을 떠나지 않았다.

대학 측은 이날 손녀를 헌신적으로 보살핀 공로를 인정해 린다 씨에게 명예학사 학위를 수여했다고 캘리포니아 지역신문 ‘샌 게이브리얼 밸리 트리뷴’이 전했다. 대학 측이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졸업식에서 손녀는 “할머니의 보살핌과 희생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우리는 해야 하는 모든 것을 함께 했다”면서 “비가 오면 집에 있기보다 책이 비에 젖지 않을까를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애슐리 씨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다. 할머니는 “애슐리가 취직을 하면 다른 사람이 그와 함께 있을 것”이라며 “나는 그때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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