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영화배우 이미연 씨가 한 아파트 CF에서 보여줬던 동작이 있다. 언뜻 요가 같았지만 물 흐르듯 유연하면서 절도 있는 손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씨는 간단해 보이는 이 동작을 위해 일주일 가까이 지도를 받았다. 그게 바로 태극권이었다.
이름 때문에 한국의 전통무예로 오인받기도 하지만 태극권은 소림무예와 함께 중국 무술의 쌍벽을 이룬다. 송나라 말 창안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청조 때는 황족과 호위무사들이 이를 수련했다. 현대에 와서는 중국 생활체육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도 동호인이 크게 늘고 있다.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 우슈의 세부 경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 태극권의 진수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대한태극권협회(02-596-1581, www.taichi.or.kr)는 10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고수 14명을 초청해 ‘세계 태극권 명가(名家) 시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89세의 쉬이중(徐憶中) 중화민국정자태극권연구회 이사장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고수들이 방한한다.
중국인 무술사범 등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태극권은 이찬 태극권협회 명예회장(57)이 1980년 정무도관(후에 이찬태극권도관으로 개칭)을 연 데 이어 1990년 협회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대중화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의학적 효능이 입증되면서 무술보다 참살이(웰빙)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이 명예회장은 “대부분의 무술은 빠르고 격렬하다. 20대 이후 격렬한 운동을 하면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가 생길 수 있다”며 “태극권은 정적으로 보이지만 조금만 수련하면 온몸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많은 분이 태극권을 접해 정신수양과 함께 건강하게 장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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