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가정 학생 백두산-고구려유적 탐방대 60명
1280개 계단 올라 “어려운 환경 극복” 희망 찬가
5일 오후 SH공사의 ‘청소년 꿈 만들기’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백두산에 올라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행사에 참가한 서울시내 중고등학교 학생 60명은 만주지역 고구려 유적지와 백두산을 둘러보며 한민족의 역사와 기상을 되새겼다. 백두산=원대연 기자 “백두산도 올랐으니 이제 백두산보다 더 큰 꿈을 이뤄야죠.”
5일 오후 1시 한국 청소년 60명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중국 쪽 백두산 천지(天池)에 올랐다. 백두산 서쪽 등반로인 서파(西坡)에서 등반을 시작해 약 1시간 반이 걸렸다. 이날 백두산에 오르는 1280개 계단 중 절반 정도가 눈에 파묻혔다. 자칫 잘못하면 실족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모든 학생이 무사히 등정에 성공했다. 이들은 ‘열 번 오르면 두 번 정도만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의 맑게 갠 모습을 바라보며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주최하고 우리은행이 후원하는 ‘백두산·고구려 유적을 찾아서’ 탐방대가 올해도 3∼7일 중국 현지를 답사했다. 2006년 이후 5회째다. 탐방대에 참가하는 학생은 서울 지역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중 저소득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뽑았다.
SH공사 한제남 과장은 “방화6종합사회복지관과 면목종합사회복지관, 강남종합사회복지관 등의 추천을 받아 학생들을 선발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공업고 1학년에 다니는 박주찬(가명·16) 군은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을 포기하고 이번 탐방에 참가했다. 탐방대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다롄(大連)으로 떠나던 3일 박 군의 학교 친구들은 모두 제주도로 향했다. 박 군은 “수학여행을 가려면 29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해서 가지 않겠다고 집에 말했다”며 “비록 수학여행의 추억은 없겠지만 백두산 천지를 보니 잘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군의 꿈은 학교 전공인 용접부문에서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박 군은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등교한 뒤 오후 11시까지 용접봉과 씨름한다. 그는 “눈 쌓인 백두산 등정이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제 꿈을 이루는 것보다는 훨씬 쉽겠죠”라며 웃었다. “이제 1학년 기말고사 때부터 용접부문 국내대회가 시작되니 더 열심히 할 거예요. 나중에 용접 금메달리스트가 되면 좋은 회사에 취직해 어머니께 꼭 효도하고 싶어요.”
함께 오른 김수연(가명·16) 양 역시 탐방이 끝난 후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수연아, 넌 이제 올라가기 힘들다는 백두산 천지까지 올라갔으니 모든 꿈을 이뤄낼 수 있을 거야. 백두산 천지 계단을 오르듯 꿈을 이뤄내자”고 썼다.
학생들은 이번 탐방에서 백두산 외에도 중국 지안(集安) 광개토대왕비와 장수왕릉(장군총) 등의 고구려 유적지를 둘러보고 북한과 중국 국경에 있는 단둥(丹東)에서 압록강 너머 북한의 모습도 지켜봤다. 인솔단장인 박완수 SH공사 고객문화팀장은 “참가 학생들이 비록 가정형편은 넉넉지 않지만 백두산과 고구려 유적지를 돌아보고 다시 한번 스스로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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