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인력 값싸게 낭비하는 병원 인턴제도 폐지해야”

성상철 병원협회장

“현행 인턴제도는 고급인력을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합니다.”

전 서울대병원장인 성상철 대한병원협회장(사진)은 10일 서울 마포구 마포동 병원협회 회관에서 가진 취임 기자회견에서 “인턴이 전공의(레지던트) 수련을 받기 전 1년 동안 본인의 적성을 탐색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싼 임금으로 병원 잡무를 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지금과 같다면 인턴 과정을 의대 교육과정에 편입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소병원의 경우 인턴제를 폐지하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협회장 혼자 인턴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임정기 서울대 의대 학장처럼 평소 인턴제도를 폐지하고 의과대학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주요 의대 학장들이 뜻을 모은다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가 4월 통과시킨 ‘리베이트 쌍벌죄’와 관련해 성 협회장은 “의사들의 반대가 심하지만 악법도 법”이라고 전제한 뒤 “법이 통과했지만 정부가 병원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함께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임기 2년 동안 병원협회를 이끌어갈 계획도 발표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징계권’ 도입이다. 건강보험을 허위 청구하는 등 병원계의 명예를 실추시킨 회원 병원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제위원회에서 관련 규정도 만들 방침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