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동익 가톨릭중앙의료원장(사진)의 방엔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냄새가 가득 풍겼다. 그를 만나러 온 사람은 그가 직접 타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최소 1만 원의 기부금을 내야 한다.
이 의료원장은 “우리 사회엔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의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이들을 위한 자선병원을 세우자는 목표 아래 ‘1만 원 모금’ 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원은 현재 서울성모병원 옆 옛 강남성모병원을 리모델링해서 자선병원을 내년 하반기에 설립할 예정이다. 규모는 100병상으로 병원 설립 비용만 150억 원이 든다. 병원 운영 적자는 각오하고 진행하는 일이다.
이 의료원장은 한 달에 한 번 롯데백화점에 가서 커피를 사온다. 메뉴는 신부인 그가 1985년부터 5년간 로마에 유학했을 때 즐겨 마신 에스프레소 한 가지다. 한 달에 40만∼50만 원인 커피 값은 전적으로 그가 낸다. 3월부터 시작한 ‘1만 원 모금’은 벌써 1300만 원을 넘었다.
이 의료원장은 “의료원장이라는 직책이 폭넓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1억 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며 “모금의 의미를 알자 부산에서 치과로 개업한 친구가 200만 원, 72세 미국 교포가 500만 원을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료원장은 “자선병원 운영이 쉽지 않겠지만 서울성모병원의 의료진과 의료기기를 활용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선병원을 위해 동참하는 조그만 손길 하나하나가 자선병원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2009년 취임한 이 의료원장은 윤리신학 박사로 교황청 생명학술회 회원이며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운영위원과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가톨릭대 교수와 생명대학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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