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사진) 선생이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1869∼1948)에게 보낸 편지가 발견됐다. 당시 동아일보 사장이었던 인촌 선생은 엄혹한 일제 치하에서 우리 민족과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했고, 간디는 이에 대한 답신을 보냈다. 간디의 메시지는 동아일보 1927년 1월 5일자 2면에 실려 나라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던 우리 민족에게 큰 힘을 주기도 했다.
이 편지는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의 근거지였던 인도 서부 사바르마티에 다른 유품들과 함께 보관돼 있으며, 간디기념재단이 홈페이지(www.gandhiserve.org) 이미지 아카이브에 올려놓고 있다.
두 장으로 돼 있는 이 편지는 동아일보 로고와 함께 ‘The Dong-A Ilbo(The Eastern Asia Daily News, founded managed and edited by Koreans)’라고 인쇄된 공식 편지지에 영어로 타이핑됐다. 편지가 작성된 날짜는 ‘1926년 10월 12일’이다.
편지는 ‘경애하는 간디 선생님’이란 인사말로 시작돼 “당신은 인도뿐 아니라 조선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다. 우리 조선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인촌 선생은 “과거 17세기 동안 두 역사 깊은 민족 사이에 존재해 온 문화적 관계를 생각할 때 조선민족이 당신이 받드는 ‘사랑’의 민족과 진심 어린 동지애를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썼다. 이와 관련해 이 편지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준 인도 출신의 판카즈 모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사)는 “두 민족의 문화적 관계를 17세기 동안이라고 한 것은 인도의 불교가 중국을 통해 350년경 한국에 들어온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역사적, 국제적 안목을 갖고 편지를 쓴 것임이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인촌 선생은 또 “당신의 명성이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높이 있음은 커다란 기쁨”이라며 “네 가지 맹세와 함께 간디라는 이름은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보석”이라고도 했다.
편지는 이어 “우리에게 당신은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당신이 성공하면 우리는 기쁨을 나누고 당신이 실패하면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세상의 정의가 당신을 지지하기 때문에 당신의 이상이 실현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확신한다”며 희망을 전한다.
인촌 선생은 “동아일보는 1919년 조선독립운동 직후 시작됐고 당신도 상상할 수 있듯 숱한 어려움과 고난, 역경과 싸우면서 민족주의적 이상에 충실해 왔다”며 “중요한 전환점에 선 조선을 위해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려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선지자(先知者)인 당신의 고언을 청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한 간디의 답장은 “조선은 조선의 것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답장은 짧았으나 조선의 독립을 찾으라는 강렬한 메시지였다. 동아일보는 이 메시지와 함께 간디가 인도의 독립운동에 헌신하게 된 약력과 공적을 상세히 소개해 행간에 담긴 의미를 전달했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언론사)는 “이 편지는 인촌의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료이며 당시 신문이 어떤 방법을 활용하여 독립정신을 펼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문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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