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1시쯤 국도 1호선을 따라 걷던 대원들이 연기군 경계를 알리는 표지판을 발견하곤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2010 대한민국희망원정대가 6일 전남 여수시를 출발해 하루 평균 30km씩 행군한 지 9일 만에 여정의 반환점을 돈 것이다.
2004년부터 대학생들과 국토대장정을 진행한 박 대장이 올해도 여수∼전북 남원∼전주∼충남 논산∼천안을 거쳐 서울까지 총 400여 km를 종단하고 있다. 약 2000명의 지원자 중 서류, 면접 전형을 거쳐 남산 순환도로 3km를 뛰는 체력 테스트를 통과한 96명의 정예 대원은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이곳까지 왔다.
하지만 폭염에 250km를 걸어온 대원들의 몸 상태가 정상일 리 없다. 물집 한두 개는 기본이고 관절염, 어깨 통증은 덤이다. 발톱 2개가 빠진 채 행군하고 있는 김민석 대원(24)은 “저 때문에 전원 완주 기수의 명예를 포기할 수는 없지요”라며 웃는다. 초등학교에서 숙영하는 터라 제대로 된 샤워는 잊은 지 오래다. 빨래 말릴 시간이 없어 양말 손수건 티셔츠 슬리퍼 등 빨랫감은 행군 중 배낭에 걸어 말린다. 대원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바로 휴식시간에 지급되는 간식. 복숭아를 입에 문 황세원 대원(여·24)은 “마약이 있다면 바로 이런 맛 아닐까요. 복숭아씨를 여기 심어서 다음 기수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네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오후 6시경 연기군 연봉초등학교에 들어선 대원들은 “천국에 온 것 같다”며 환호한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오늘도 해냈다는 뿌듯함에 상기된 얼굴들이다. 박 대장은 “처음 시작할 때랑 비교해 보면 눈빛들이 다르다”며 대원들의 손을 잡고 격려했다. 19일 최종 목적지인 서울광장에서도 96명 전원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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