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가운 벗고 고객만족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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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6일 03시 00분


서울아산병원, KAIST 경영대서 ‘의료전문경영’ 수강

2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경영대 슈펙스경영관 강의실에서 서울아산병원 의사 및 간호사 등 직원들이 김영걸 교수의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산병원은 지난달부터 KAIST와 함께 의료전문경영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경영대 슈펙스경영관 강의실에서 서울아산병원 의사 및 간호사 등 직원들이 김영걸 교수의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산병원은 지난달부터 KAIST와 함께 의료전문경영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김진삼 교수는 요즘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이면 병원 대신 서울 동대문구 KAIST 경영대학으로 출근한다. 23일에도 의사 가운 대신 캐주얼한 차림으로 슈펙스경영관 301호 강의실로 들어섰다. 강의실엔 동료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직원 35명이 앉아 있었다. 평생 의학 서적을 읽고 진료만 해 온 의사들이 대학 캠퍼스에는 왜 찾아온 것일까.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4일부터 KAIST 경영대와 손잡고 의사 및 간호사 등 병원 인력을 대상으로 의료전문경영 교육프로그램 ‘MMP(Medical Management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진료 및 연구 부문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지만 의료경영 마인드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판단해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객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이면 고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포석도 작용했다.

병원 교육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쳐 선발된 35명은 이달 23일까지 총 8주 111시간 동안 KAIST 교수들로부터 고객관계관리와 리더십, 조직 경영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다. 병원 개원 20년 이래 첫 대대적인 ‘교육’ 실험인 셈. 학사 운영을 맡은 KAIST도 그동안 삼성전자나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위탁 교육은 여러 차례 했지만 의료기관 교육은 처음이다.

환자 대기시간 최소화 등 불만 해소 아이디어 제안

23일은 그동안의 수업 내용을 총 정리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시상을 하는 날이다. 이날 강의를 맡은 김영걸 교수(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장)는 지난 수업 때 과제로 내준 팀별 케이스 스터디 발표로 수업을 시작했다. 해외병원 사례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고객 대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과제다. “고객의 시간은 돈입니다.” 재활의학과 전민호 교수팀은 “환자가 도착해서 접수를 한 뒤 검사를 받고 처방을 받는 데까지 총 129분이 걸린다”며 “지난 수업 시간에 배웠던 프로세스 개선에 따라 고객 동선을 최소화하고 새로 깁스실을 만들면 최대 52분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산부인과 김종혁 교수팀은 “대형마트들이 빠른 계산을 위해 소량계산대를 별도로 설치한 것처럼 X선 촬영실도 부위 및 증상별로 나눠야 한다”며 “환자 및 보호자 대기실에는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음악을 틀어주거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만화나 영화를 틀어주는 것도 고객 불만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해외 유명 컨설팅회사들도 업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에 여러분만큼 자세한 수준의 보고서는 낼 수 없을 것”이라며 “축구 시합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가 팀워크를 이뤄내야 이길 수 있듯이 의사와 간호사, 관리직이 절묘한 ‘멀티 스킬팀’을 꾸리면 고객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MMP 1기 최우수 성적자로는 진단검사의학과 오흥범 교수가 뽑혔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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