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강 6760km 859일간 첫 ‘도보종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영국인 에드 스태퍼드씨 “식인 물고기 등 식량 삼아”

“독사와 악어, 전갈은 수도 없이 만났다. 원주민에게 끌려가 억류당하고 권총과 활로 무장한 인디언들에게 쫓기기도 했다.”

전 영국 육군 대위인 에드 스태퍼드 씨(34)가 아마존 강을 2년 반 동안 걸어서 종주한 끝에 9일 브라질 북부 대서양 연안도시인 마루다에 도착했다.

스태퍼드 씨는 2008년 4월 2일 페루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카마나를 출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무모해 보였던 이 도전을 시작했다. 859일 동안 그가 걸은 거리는 6760km. 과거에도 아마존을 종주한 탐험가는 여럿 있었지만 모두 보트 뗏목 등 수상운송수단을 이용했다. 걸어서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이 열대우림을 관통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내 탐험계획을 말했을 때 주변에선 모두들 목숨을 잃을 것이라며 만류했다”며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살아 있고 사람은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가 2년 반을 내내 혼자 걸은 것은 아니다. 처음 스태퍼드 씨를 따라나섰던 한 친구는 3개월 만에 종주를 포기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페루인 산체스 리베라 씨가 도전에 합류해 끝까지 동행했다.

스태퍼드 씨는 매일 모기에 물리고, 길이 5m가 넘는 악어와도 마주쳤으며 거대한 아나콘다의 먹잇감이 될 뻔도 했다. 탐험대의 주된 식량은 쌀과 콩, 식인 물고기인 피라니아 등이었고 그 외의 식량은 강가 주변의 상점에서 구입했다. 하루하루 생존 자체가 기적인 생활 속에서도 그는 밤에는 인터넷으로 TV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즐기고 자신의 여정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긴장을 풀었다. 스태퍼드 씨는 “아마존은 처음엔 모든 게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한 곳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도전의 목적은 “아마존이 갖고 있는 경이로움과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썼다.

이날 브라질 해변에서 스태퍼드 씨는 리베라 씨와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며 탐험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자축했다. 그는 “영국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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