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종말의 시작’ 도달… 통일대비 매뉴얼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1일 03시 00분


美서 세미나 여는 데이비드 강
“오래전부터 통일세 모았어야”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 통일 방식과 다를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통일세를 모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20,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를 주최하는 데이비드 강(강찬웅·사진) USC 한국학 연구소장은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정말로 통일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과거 논의가 북한의 급변사태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인 대응 쪽에 초점이 있었다면 이번 세미나는 사회의 변화와 갈등 해소,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 다른 나라의 경험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통일로 가는 일종의 ‘매뉴얼’을 만들어 본 뒤 한국과 미국 정부에 브리핑하고 싶다”며 “장기적으로는 통일논의에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북한의 내부 상황에 대해 강 교수는 조심스럽게 “종말의 시작(beginning of an end)에 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일 독일의 경험을 많이 연구하는데….

“어쩌면 독일은 좋은 예가 아닐 수 있다. 독일은 6·25전쟁을 경험하지 않았고 내부적인 민족적 갈등도 심각하지 않았다. 경제력의 격차도 현재 남북한 같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라크의 재건 경험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회통합, 내전이 끝난 뒤 중국의 경제부흥과 같은 경험이 유용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세를 제안했다.

“우리가 세미나를 하는지 알았던 모양이다.(웃음)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1990년부터 1인당 1달러 정도의 통일세를 모았다면 20년 동안 8억 달러 이상을 적립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경제적인 준비를 해 두는 것은 긴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강 교수는 이번 1차 회의 이후 내년 봄에 워싱턴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를 맡고 있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주재로 2차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 아닌 로스앤젤레스에서 먼저 세미나를 열게 된 이유는….

“통일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주제다. 처음부터 워싱턴에서 하면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다. 동부와 달리 서부에서는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가 삶의 일부다. 한국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른 사람에게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번 통일논의도 차분하지만 진지하게 다뤄보고 싶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통일부 “통일세 논의 로드맵 착수”
▲2010년 8월18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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