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일반 관객이 예심… 논란 없앨것”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김영수 영화제 조직위장
“투명한 심사로 권위 회복”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내가 이번 대종상영화제에 들이는 모든 노력은 의미를 잃게 된다. 행사가 끝난 뒤 당당히 평가받겠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2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수 제47회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68·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이사장·사진)의 말. 이번 영화제는 10월 29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다. 김 위원장은 7월 신영균 영화제 고문의 요청을 받고 자리를 맡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상인 대종상의 빛과 권위가 바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봐 왔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세대와 이념에 따라 갈래갈래 분열된 영화계에 관여하는 데 대한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기에 오히려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1962년 유일한 정부 주관 영화상으로 출발한 대종상은 최근 수상작 후보 선정과 심사 결과에 대한 논란을 거듭 겪었다. 지난해에는 미개봉작이었던 장나라 주연의 ‘하늘과 바다’를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린 반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박쥐’를 주요 부문 후보에서 제외해 의혹을 낳았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영화 전문가들이 진행해온 예심을 이번에는 일반 관객 50명에게 맡긴다. 과거와 같은 논란이 벌어질 위험을 근본부터 잘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와 무관한 일을 하는 관객만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9월 5일까지 홈페이지(daejongsang.com)에서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평소 영화를 많이 보는 20대의 비중을 40%로 제일 크게 잡아 영화시장 소비자의 실질적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본심 심사위원 11명은 영화전문가인 외국인, 학계와 언론 관계자 등으로 구성한다. 행사 주최자인 영화인협회 소속은 1명만 참여한다. 김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비경쟁 영화 잔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만큼 대종상은 나라를 대표하는 ‘경쟁 행사’로서 위상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 후에는 심사위원을 포함한 전문가들과 함께 워크숍을 열고 수상작 선정 결과의 의미와 보완할 점을 분석해 공개할 예정이다.

“영화계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 싶다. 영화상이 권위를 잃는 것은 스토리텔링 약화 등 영화 콘텐츠의 근간이 부실해진 최근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얼마 전 할리우드영화 ‘인셉션’을 보며 감탄했다. ‘기술로나 이야기로나 따라잡기 참 요원하겠구나’ 싶었다. 대종상이 한국영화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창으로 재탄생하도록 모든 노력을 쏟겠다.”

김 위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지방검찰청 공안부장,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 1995∼97년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