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2명이 ‘오곡(五穀)’을 이용한 ‘즉석 막걸리’를 개발했다. 주인공은 충북 충주시 예성여고에 다니는 김보미(17), 박승아 양(〃). 이들이 새로운 막걸리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충주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는 두 학생의 할아버지들이 평소 입버릇처럼 “남아도는 쌀 때문에 걱정”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쌀이 주재료인 막걸리 개발에 도전한 것.
단짝 친구인 이들은 첫 단계로 과학탐구 동아리 ‘김·박 창재반’을 만들었다. 이 학교 윤기영 교사(48)가 도우미를 자처했다. 윤 교사와 학생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서적과 인터넷 등을 통해 술 빚는 법을 찾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또 양조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술 빚는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시중에서 파는 다양한 막걸리를 구입해 ‘한 숟가락씩’ 맛을 보기도 했다. 두 달여 만에 첫 ‘작품’인 ‘오곡 막걸리’가 나왔다.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보리, 조, 콩, 기장 등을 섞어 만들었다.
“쌀 소비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쌀을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 재료를 가미해 감칠맛과 영양을 갖춘 막걸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같은 해 12월 고유의 술이라는 의미로 ‘코리아(KOREA)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특허출원 등록을 마쳤다.
한번 막걸리 개발에 재미를 붙인 이들은 새 막걸리 개발에 도전했다. 올 초부터 컵라면처럼 용기에 물을 넣어 며칠간 발효기간을 거치면 마실 수 있는 ‘즉석 막걸리’ 개발에 나서 6개월여 만에 성공했다. 이 막걸리는 고두밥과 누룩, 오곡, 한약재 등을 진공 포장했다가 재료의 1.5배 정도 물을 부은 뒤 5∼7일 숙성시키면 마실 수 있다. 이들은 지난달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제56회 전국과학전람회에 이 막걸리를 출품해 농림수산 부문에서 특상을 받았다. 수상 뒤 일본의 한 업체에서 기술 문의가 오기도 했다.
김 양은 “앞으로 대학에서 식품 관련 분야를 전공해 전통주 등 ‘우리 것’을 연구개발해 세계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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