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80대 “6·25때 인연 한국인 찾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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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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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비행장 근무 크리스토퍼씨 ‘59년만의 해후’ 한정수옹 통해 ‘최익환씨 보고싶다’ 사연 보내

“6·25전쟁 때 만났던 15세 한국 소년이 보고 싶습니다. 꼭 좀 찾도록 도와주세요.”

불편한 노구를 힘겨워하면서도 꽉 잡은 두 손엔 힘이 넘쳤다. 말도 잘 통하지 않았을 텐데. 80대 벽안의 노인은 간절하다 못해 애가 끓었다. 6·25전쟁 때 미 공군 군무원으로 일했던 허버트 크리스토퍼 씨(사진)는 당시 인연을 맺었던 한국 ‘하우스보이’ 최익환(혹은 최익완) 씨를 무척이나 그리워했다.

그 시절 ‘크리스’란 이름으로 불렸던 크리스토퍼 씨는 1951∼52년 경기 김포에 있는 미군비행장에서 전투기 기술자로 일했다. 동료 기술자인 클라크, 페닝턴 씨 등과 자주 어울렸던 그는 유독 어린 최 씨에게 정이 갔다. 가난 때문에 미군부대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항상 밝았던 하우스보이. 동료와 크리스토퍼 씨는 이후 그의 성실함을 높이 사 다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53년까지 영등포에 살았던 최가 학교로 돌아가 열심히 공부한다는 소식을 간간이 들었어요. 근데 미국에 돌아오며 아쉽게 연락이 끊겨버렸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수소문했지만 쉽지가 않았어요. 잘 살고 있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크리스토퍼 씨의 사연을 전한 사람은 본보 2일자 A27면에 소개된 ‘6·25 때 은인과 59년 만에 해후’의 주인공 한정수 옹(79)이다. 한 옹이 은인 제럴드 윙거 중위와 미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로터리클럽을 방문했을 때 지역 일간지에서 소식을 접한 크리스토퍼 씨가 병든 몸을 이끌고 그를 찾아왔다. 떨리는 손으로 한 줄 한 줄 쓴 편지와 사진을 내미는 마음을 한 옹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한 옹은 “60년 가까이 애를 태운 나 자신을 보는 듯했다”며 “동아일보가 꼭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한 옹의 연락처는 031-425-4497.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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