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역동적 민주국가 된 데 자부심”

6·25참전 미군 지휘관들,김태영 장관 마련 만찬 참석

8일 저녁 미국 국방부 청사 인근의 알링턴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 미군 지휘관과 역대 주한미군사령관 초청 만찬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김태영 국방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알링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여러분이 한미동맹의 산증인이자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주역입니다.”

8일(현지 시간) 오후 7시 미국 국방부 청사 인근에 자리 잡은 알링턴 리츠칼튼호텔.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초로의 노신사들이 아내의 손을 이끌고 속속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는 제4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태영 국방장관이 역대 주한미군사령관과 한국전 참전 미군 지휘관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

로버트 세네월드,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존 싱글러브 전 주한미군 참모장, 클라우드 킥라이터 전 25사단장, 스티븐 올름스테드 전 국방차관보를 비롯해 한국전에 참전한 예비역 장성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만찬 행사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서 김 장관과 한민구 합참의장 등 한국 측 장성들과 인사를 나누며 60년 전 발발한 한국전쟁의 기억을 더듬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전쟁 때 젊은 미군 지휘관이었던 이들은 지금 모두 나이가 들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돼 버렸다.

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그동안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이제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며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은 절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장관은 “한국의 장병 46명이 사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장관은 “이번 SCM을 통해 한미동맹은 새 지평을 열었다”며 “한미동맹을 지역적 범세계적 동맹으로 확장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연기함에 따라 앞으로 많은 준비를 차분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민구 합참의장보다 하루 늦게 미국에 입국한 것을 얘기하면서 “북한과 맞닥뜨리고 있는 한반도 특사 사정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동시에 나라를 비울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벨기에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위해 출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아침 귀국해 2∼3시간이 지난 후에 출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비역 대장인 세네월드 전 사령관은 “한때 미국에서 한국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의 위치조차 몰랐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미국은 한국의 뛰어난 업적을 인정하고 오늘날 한국이 세계경제에 우뚝 서고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알링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