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예량 베이징大교수 “류샤오보 노벨상, 中독재 종식에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3일 03시 00분


류샤오보 작성 08헌장 서명 303명 중 1인 샤예량 베이징大교수

《“류샤오보(劉曉波·55)는 ‘08헌장’의 책임을 혼자 다 지겠다며 희생정신을 발휘했습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 박사가 작성해 2008년 발표된 08헌장의 첫 서명자 303명 중 한 명인 샤예량(夏業良·사진)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11일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샤 교수는 류 박사의 노벨상 수상 발표 이후 자신도 외부인과의 식사나 특히 외국 언론과의 만남을 통제당하고 있으나 아직 집에서 이뤄지는 인터뷰는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1시간가량 헌장 서명의 뒷얘기와 중국의 민주화 전망 등에 관해 들었다.》
―08헌장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2004년부터 지식인 사이에서 ‘언론자유청원서’를 내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탄압만 받고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헌장 발표 1년 전쯤 류 박사와 공산당 핵심 간부로 공청단 간부인 장주화(張祖樺) 씨 두 사람이 기초한 헌장초안이 나왔다. 여러 사람이 1년가량 e메일 등을 통해 내용을 토론하고 수정작업을 벌였다. 당초 7000자에서 약 4000자로 줄었다. 2008년 12월 8일 갑자기 류 박사가 체포되면서 서명을 서둘러 세계 인권의 날(12월 10일)에 맞춰 발표했다.”

―헌장 서명자 중 류 박사만 구속된 이유는….

“그는 체포 후 헌장을 혼자 만들었다며 책임을 떠안아 자신만 구속된 지 10여 일 만에 1심에서 11년형을 받고, 같이 체포된 장 씨는 며칠 후 풀려났다. 류 박사는 발표된 헌장에 든 공산당 1당 독재 종식의 내용에는 찬성하지 않았다. 어차피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것이므로 당의 일정한 역할을 인정하면서 단계적으로 민주화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온건파였다.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1당 독재 종식과 3권분립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헌장 서명자들은 어떤 조치를 받았나, 후에도 서명자가 줄을 잇는다고 하는데….

“서명자가 소속 단체나 기관의 간부에게 불려가거나 일부는 경찰로부터 ‘차 마시며 하는 조사’를 받았다. 표현은 차 마시면서 대화하는 듯하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경찰에 연행돼 갈 수 있는 강압적인 분위기였다. 당국은 서명자 수가 많고 교수 변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도 다수여서 서명자 모두를 구속하면 파장이 매우 크다고 판단하고 차 마시는 조사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서명은 지금도 계속돼 해외까지 포함해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류 박사의 노벨상 수상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반체제 민주화 인사는 몇 명이나 된다고 보나.

“실명을 드러내며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지식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로 국한하면 수천 명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류 박사의 수상이 중국의 민주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나는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불같이 민주화 요구가 일어나면 빠르면 10년 내에 공산당 1당 독재가 끝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옛 소련의 개혁 개방으로 노벨 평화상을 탔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노벨 평화상 수상 사실마저 보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체제 개혁을 잘하면 자신도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샤 교수는 중국이 비록 서구식 민주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중국의 경제발전을 이룬 공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류샤오보, 부인에 수상 부탁

한편 중국 랴오닝(遼寧) 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 수감 중인 류 박사는 10일 자신을 면회하러 온 부인 류샤(劉霞) 씨에게 대신 상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하지만 류샤 씨도 평화상 발표 이후 가택 연금되고 외부와의 연락도 통제당하고 있어 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중국 정부는 13일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노르웨이와의 어업 관련 장관 회담을 취소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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