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형 로봇 R2 “우주비행 命받았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오늘 디스커버리호 발사때 동행, 우주정거장 청소 등 임무 수행

몇 년 뒤 인류는 로봇이 달에 착륙해 성조기를 꽂고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모습을 지켜볼지도 모른다. 이 계획을 위한 첫 장정이 3일 시작됐다. 3일 마지막 비행길에 오르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는 6명의 승무원과 함께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 함께 탑승한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로봇의 정식 이름은 ‘로보노트2(R2)’.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으로 13년 동안 250만 달러를 들여 개발한 이 로봇은 현재 허리 위 상체만 만들어졌다. 키가 1m, 무게 150kg이며 두 팔의 길이는 각각 0.8m로 알루미늄과 니켈 도금된 탄소섬유로 정교하게 제작됐다. 금빛 이마에는 두 눈이 있으며 안에 4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다. 입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됐다.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 장치는 배 부분에 있으며 등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충전할 때 사용될 기기가 배낭처럼 붙어 있다. 관절은 유연성이 뛰어나며 350개의 센서가 곳곳에 달려 있어 손가락 끝으로 새의 깃털까지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예민하다.

R2는 ISS에서 사전에 프로그램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아직 하체가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고정대에 R2를 부착시킨 뒤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임을 연구한다. 이어 내년 말쯤 하체가 완성되면 온도차가 수백 도에 이르는 정거장 밖에서 유영하면서 ISS의 난간을 닦고 공기필터를 청소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또 우주인을 위해 무거운 공구를 들어주고 유독가스 누출이나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에도 나선다.

뉴욕타임스는 NASA가 R2를 달 탐사에도 이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달 탐사계획은 조지 W 부시 전 정부가 우주인을 다시 달에 올려 보낸다는 ‘콘스털레이션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2005년에 발표했지만 1500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 올 9월 미 의회에서 취소됐다.

이에 따라 NASA는 사람보다 먼저 R2를 달에 착륙시키려 하고 있다. NASA 과학자들은 R2를 달에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데는 불과 2억 달러, 로켓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2억5000만 달러밖에 들지 않으며 실행에 옮기는 데까지 몇 년이면 충분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R2가 ISS에 올라가 우주 유영과 작업을 수행하는 것도 달에 가기 위한 시험단계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우주로 향하는 R2는 2020년 이후 ISS가 폐쇄될 때까지 그곳에 계속 머물게 되며 이후 태평양으로 추락해 ‘안장’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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