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7시 한영외국어고 1학년인 심유정 양(16)이 귀에 헤드셋을 끼고 노트북을 켜자 화면 속에서 권진아 양(13·전남 곡성중 1년)이 밝게 웃으며 “선생님!”이라고 외쳤다. 심 양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잠시 틈을 내 ‘화상 과외’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심 양은 올여름 첫 ‘과외 제자’를 만나면서 노트북을 들고 등교하는 날이 많아졌다.
한영외고 봉사동아리 ‘두레 에듀’ 회원 20명은 올 8월부터 전남 곡성군에 거주하는 중학생들과 일대일 결연을 맺고 화상 영어 과외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심 양을 포함한 두레 에듀 회원들은 모두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을 만큼 영어에는 ‘일가견’이 있는 학생들. 이들은 평소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할 방법을 찾던 중 곡성 지역 중학생들이 외국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자신들의 외국어 재능을 활용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에 동아리 대표인 3학년 임상민 군(18)은 8월 회원들과 함께 직접 곡성군청을 찾아 자매결연하고, 곡성군 소재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외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임 군은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튜터’가 아니라 좋은 길로 이끌어주는 ‘멘터’가 되고 싶었다”며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하더라도, 친동생들이라고 생각하고 영어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민간봉사단체인 밝은사회클럽 국제본부는 인터넷상에서 두 지역 학생들이 화상 채팅을 통해 외국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임 군 등 동아리 학생들은 곡성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재를 찾으려 서점을 돌아다녔고, 출판사에 취지를 설명하고 교재 협찬을 받기도 했다. 곡성의 ‘제자’들은 석 달째 일주일에 1∼3차례 수업을 듣고 있다. 매번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들은 진도와 성과 등을 코멘트 형식으로 홈페이지에 기록해 부모들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권 양의 어머니 김정희 씨(41)는 “영어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선생님이 비슷한 또래의 언니여서 진아가 마음 편하게 이것저것 털어놓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권 양은 이번 기말고사 영어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 ‘과외’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배재석 밝은사회클럽 국제본부 사무총장(경희대 중어중문과 교수)은 “봉사하는 학생과 배우는 학생 모두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과외를 하거나 받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더 연결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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