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18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시인 최승자 씨(58·사진)는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80, 90년대 ‘스타 시인’으로 꼽혔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서른 살은 온다’(‘삼십 세’에서),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매독 같은 가을’(‘개 같은 가을이’에서) 같은 시구들로 독자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최 씨는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 10년 넘게 시작(詩作)을 중단해야 했다. 그런 그가 “문득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새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은 11년 만인 올 초 출간됐고, 이 작품이 수상작이 됐다.
등단한 지 31년째인 그는 올해에야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8월 지리산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대산문학상을 받게 된 그는 “요즘 시들이 다변화됐던데…말이 많은 것 같다”며 최근 시의 지나친 산문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포항에서 외숙부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드나들면서 지내왔다는 시인은 “혼자서 ‘살기만’ 했다”고 지난 시간의 근황을 밝혔다.
“이제 시만 잡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쓸쓸해서 머나먼’에 실린 작품 3분의 2가 지난해에 쓰였어요.” 그만큼 시에 몰입했다는 뜻이다. 그 창작열이 이어져서 “시집 나온 지 1년이 안 됐는데 벌써 60편 가까운 시가 쌓였다”며 최승자 씨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자리를 함께한 평론 부문 수상자(수상작 평론집 ‘상처와 치유’) 김치수 씨도 “최승자 씨가 시단으로 돌아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격려했다.
소설 부문에는 박형서 씨의 장편 ‘새벽의 나나’, 희곡 부문에는 최진아 씨의 ‘1동 28번지, 차숙이네’, 번역 부문에는 ‘Interdit de folie’(이인성 씨의 장편소설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프랑스어 번역)의 최애영 씨와 장 벨맹노엘 씨가 선정됐다. 상금은 소설 부문 5000만 원이며 시 희곡 평론 번역 부문은 각 3000만 원이다. 시상식은 27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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