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남 곡성군 읍내리 주비 볼자 씨(38) 집. 집 안에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필리핀 출신인 볼자 씨는 6년 전 한국으로 시집을 와서 시아버지(73), 시어머니(63)와 함께 살고 있다. 볼자 씨는 “마당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 너무 캄캄한 데다 불편했는데 현대식으로 고쳐 정말 좋다”고 말했다.
곡성군 죽곡면 고치리 얏 다린 씨(22) 집도 다음 주부터 마당에 있는 화장실을 개량하는 공사를 시작한다. 캄보디아 출신인 그녀는 아들 두 명이 있다. 또 시아버지(82)와 시어머니(80)를 모시고 산다. 40여 년 된 낡은 집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은 고령의 시부모에게는 너무 불편했다. 얏 씨는 “시부모님이 현대식 화장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기쁘다”며 좋아했다.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에서 사랑의 공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여성들의 의미 있는 기부 덕분이다. 곡성지역 이주여성 30명은 지난달 1일부터 사흘 동안 곡성군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열린 제10회 심청축제에서 다문화음식체험관을 운영했다. 다문화음식체험관에서는 필리핀 대표음식인 돼지고기 바비큐와 일본 문어빵, 베트남 쌈 등 3개국 7종류의 음식을 팔아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들 이주 여성은 심청축제가 끝난 뒤인 이달 중순 수익금 470만 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의논했다. 470만 원을 각자에게 나누자니 의미가 없었다. 또 다문화가정 2곳 정도를 선정해 친정국가를 방문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마찬가지였다. 이내 곡성지역 다문화가정 212가구 가운데 곤란한 가정을 선정해 도움을 주기로 뜻을 모았다. 일부 다문화가정에서 고령의 시부모들이 낡은 화장실 때문에 고생한다는 말을 듣고 기부를 결심했다.
심청축제 다문화음식체험관에서 일한 베트남 출신 홍현희 씨(28·곡성군 겸면·귀화 후 한국이름으로 개명)는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한국 사회에 적응한 만큼 같은 이주 여성이나 다문화가정 시부모를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씨는 “앞으로 더 많은 기술을 배워 젊은이가 없는 농촌에서 홀로 사는 노인을 보살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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