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에서 만난 미국 농경학자 제리 넬슨 미주리대 명예교수(70·사진)는 “북한의 농업기술은 예상보다 혁신적”이라며 “다만 경운기와 트랙터를 돌릴 에너지가 부족하고 평양에서 재배한 작물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운송수단이 없기 때문에 식량 사태가 악화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농경학협회 미국작물학협회 국제작물학협회 회장을 역임한 넬슨 교수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아시아재단 등이 주관하는 ‘2010 대북지원 국제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2000년부터 북한에 농업기술을 전하는 길을 모색해온 그는 2006년 5월, 2008년 7월, 2009년 11월 세 차례 평양을 찾았다. 평택농업테마파크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북한 농부들이 태양광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비료를 재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화학비료를 많이 썼던 예전에 비해 최근에는 유기농비료를 많이 활용하려 하고요. 문제는 유기농비료가 노동집약적이고 화학비료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넬슨 교수는 “화학비료를 수입하려면 돈이 들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최근 유기농비료를 장려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남부 미네소타 주 출신의 넬슨 교수는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에게 북한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소식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고. 11일 밤 한국에 도착한 넬슨 교수는 다음 날 서울 남산2동에 있는 탈북청소년 대상 대안학교(여명학교)부터 들렀다.
“지난해 방문 때보다 아이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더군요. 아직도 북한에서 식량난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슬플 뿐입니다. 임산부뿐 아니라 자식과 가족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는 북한 어머니의 모정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강단에서 물러난 후 그는 한국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의 농업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미주리대와는 북한 농업지도자를 베트남으로 초청해 기술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이 프로그램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