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고 3학년 백진성 군(가운데)이 10일 인천 옹진군 소재 고교 재학생 가운데 처음으로 울대에 합격했다. 백 군이 대청고 교사들과 함께 합격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대청고
인천에서 뱃길로 4시간. 학원 하나 없는 작은 섬 대청도에서도 ‘서울대 학생’이 나왔다. 10일 대청고 3학년 학생회장 백진성 군(17)은 서울대 수시 합격 소식을 들었다. 대청도, 연평도 등 서해5도를 포함해 인천 옹진군에서 서울대 합격자는 처음이어서 온 섬에 ‘난리’가 났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대개 육지로 나갑니다. 전교생 22명인 고등학교에서 혼자 힘으로 갔으니 대단하지요.” 백 군을 담당한 권태룡 교사(50)는 웃으며 제자 자랑을 늘어놓았다.
백 군이 두 살 때 부모님은 교통사고를 당해 2년 넘게 병상에 누워 지냈다. 이후 백 군은 대청도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나중에 섬에 들어온 부모님은 구멍가게를 차렸다. 편의점이 생기고 섬에 사람이 줄면서 형편도 어려워졌다. 주중에는 학교 수업과 교육방송(EBS) 강의를 보며 공부했다. 주말에는 명문대를 다니다 대청도에서 복무 중인 해병대 ‘형님’들에게서 주요 과목을 배웠다. 그는 “연평도 포격 도발 때문에 면접을 보지 못할까 봐 마음을 졸였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서울대 의대 수시 합격 소식을 들은 경남 산청 지리산고 김자정 군(17)은 어머니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1년 전 아들의 생일날에 어머니는 떠났다. 3년여 동안 계속된 암 투병에 집안 형편도 기울었다. 마산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김 군은 과학고 진학을 희망했지만 포기하고 전액 장학금에 기숙사 혜택이 있는 지리산고에 진학했다. 올해 3월에는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던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계를 잇고 있다. 학원은 꿈도 꿔본 적 없지만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헌책방까지 뒤져가며 옛날 교과서를 찾는 등 스스로 공부해 당당히 서울대에 합격했다.
창현고 이인선(오른쪽) 이인순 양.
지리산고 김자정 군. 경기 수원 창현고에는 겹경사가 터졌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 이인선, 인순 양(18)은 서울대 수의대에 나란히 합격했기 때문. “혼자만 붙었으면 하나도 기쁘지 않았을 거예요.” 언니 인선 양과 함께 합격한 인순 양은 기쁨이 두 배다. “시험기간에 나란히 책상 앞에 앉아 밤새워 공부하던 순간이 생각나요. 제가 졸면 언니가 깨워주고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서로 가르쳐주고요.” 1학년 때부터 1등을 도맡아 한 언니가 동생을 많이 이끌었다. “딱 1분 차이지만 그래도 제가 언니잖아요.” 3학년 때는 서로 1등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도 펼쳤다.
힘든 시절도 자매가 함께 겪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아버지가 병으로 일찍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원 일을 하며 자매를 키웠다. 특히 쌍둥이 자매의 큰 언니가 소이증으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동생 인순 양이 심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을 때는 가족 모두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자매는 서로 도닥이며 역경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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