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 비법요?… 빨강 파랑 노랑 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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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1일 03시 00분


학교수업만으로 수능 언 - 수 - 외 만점… 통영 호프집 딸 충렬여고 임수현 양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집에 오자마자 가채점을 했다. ‘수리 1개, 국사와 사회문화에서 1개씩 틀렸네….’ 약간 아쉬웠다. 수험표를 들고 가면 공짜라기에 친구와 케이블카를 타면서도 가채점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너 수리 채점 잘못했다”는 친구의 말에 통영 앞 바다는 온통 소녀의 것이 됐다. 언어, 수리, 외국어 만점. 하늘을 날 듯했다.

2011학년도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 중 윤리와 한국 근현대사를 만점 받은 경남 통영시 용남면 충렬여고 임수현 양(17·사진)의 이야기다. 언어, 수리, 외국어 만점자는 전국에 11명이지만 사회탐구까지 합하면 임 양이 최고점자다. 임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다.

9일 만난 임 양은 수줍음을 많이 탔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소신만큼은 똑 부러졌다. “부족한 건 학원 다니면서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교 수업도 제대로 안 하고 사교육 받으면 무슨 소용이에요.”

처음부터 공부를 잘했던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의 치킨집이 어려워져 원룸으로 이사를 갔다. 임 양은 “새벽에야 들어오는 부모님을 보며 ‘나를 위해 힘들게 일하시는데, 난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은 임 양의 졸업 때 성적은 평균 98점으로 전교 5등이었다.

“고등학교 가면 학원을 많이 다녀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친구들의 말에 임 양이 선택한 것은 충렬여고였다. 집에서 차로 40분 거리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기숙사에 살게 하며 밤에는 무료 심화반도 운영했기 때문이다.

전교생 595명 중 76명은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기숙사동에서 영어와 수학 심화수업을 했다. 심화반 내에서도 수준별 맞춤형 수업을 받았다. 주말에는 통영시에서 하는 영재학습반 수업도 들었다.

임 양은 자신만의 공부 방법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필기도 그냥 하는 법이 없었다. 교사가 강조한 건 빨간 펜으로, 부연 설명한 것은 파란 펜으로 적고 형광펜으로는 중요 개념을 표시했다. 임 양은 “수학이 제일 어려워 쉬는시간에는 수학 문제만 풀었다”며 “틀린 문제는 별표를 치고, 또 틀리면 또 별표를 하고 틀린 이유를 적어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양이 공부만 한 건 아니다. 허철우 교감은 “수시전형으로 가려면 비교과영역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1학년 때부터 철저히 관리시켰다”고 말했다. 임 양은 고교 3년 내내 기숙사반 학생들과, 주말에는 보육원이나 뇌성마비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 가 공부와 청소를 도왔다.

임 양은 수능 전 지원한 서울대 수시 2차 지역균형선발전형에 2단계까지 통과했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뭔가 다른 학생이었다”고 할 정도로 임 양은 ‘숨은 진주 찾기’가 목적인 입학사정관전형에 적합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임 양은 10일 서울대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경제학과 진학이 목표다.

통영=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11 수학능력시험…‘표준점수’ 최고점 크게 올라
▲2010년 12월7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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