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후배 돕는 SW 개발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연세대 스티븐 호킹’ 신형진 씨 9년 만에 학사모

‘연세대 스티븐 호킹’ 신형진 씨가 9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됐다. 연세대는 21일 서울캠
퍼스 백양관 새움터에서 신 씨를 위한 졸업 축하 행사를 열 예정이다. 사진 제공 연세대
‘연세대 스티븐 호킹’ 신형진 씨가 9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됐다. 연세대는 21일 서울캠 퍼스 백양관 새움터에서 신 씨를 위한 졸업 축하 행사를 열 예정이다. 사진 제공 연세대
키 160cm, 몸무게 24kg의 청년은 21일 꿈에 그리던 대학 학사모를 쓴다. 주인공은 ‘연세대 스티븐 호킹’ 신형진 씨(27). 2002년 연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지 9년 만이다.

신 씨는 척추성 근위축증 환자다. 온몸의 근육이 평생에 걸쳐 천천히 마비되는 이 병은 근육이 말라붙으면서 온몸의 뼈가 휘어지고 그에 따라 격렬한 만성 통증을 수반하는 고통스러운 병이다. 이 병을 앓는 사람들 대부분이 20대 이전에 사망하지만 신 씨는 강남세브란스병원 강성웅 교수의 수술로 위기를 넘겼다.

연세대에 입학한 신 씨는 매 학기 2, 3과목을 들었다. 병원에 입원하느라 26개월간 휴학하기도 했지만 휠체어와 눈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화상키보드가 달린 ‘안구 마우스 컴퓨터’를 이용해 학업을 이어갔다. 몸은 불편해도 밝은 성격에 열정이 넘치는 신 씨는 안구 마우스 컴퓨터의 가장 좋은 점에 대해 묻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생겨 좋다”면서 “어머니 몰래 채팅도 하는 등 사생활이 생겼다”며 웃었다.

신 씨가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가장 큰 힘을 준 사람은 어머니 이원옥 씨(64). 이 씨는 매일같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집에서 학교 강의실 앞까지 신 씨를 차로 태워 주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렸다가 데리고 오기를 수년간 반복했다. 집에 돌아오면 안구 마우스 컴퓨터를 달아주었다. 이 씨는 “그나마 안구 마우스가 생겨서 다행이지, 그것이 없을 때는 밤새 아들 옆에서 교재인 원서를 들고 앉아 있다 졸아서 책을 놓쳐 발등을 찧기 일쑤였다”고 털어놨다.

신 씨의 꿈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그는 “나 같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더 많은 후배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21일 서울캠퍼스 백양관 새움터에서 신 씨의 졸업축하 행사를 갖는다. 상남경영원에서 축하연도 연다. 어머니 이 씨와 아버지 신현우 씨(62), 아버지 친구인 신영수 경영학과 교수,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함께 뜻깊은 자리를 축하할 계획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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