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노고산동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출구 앞에는 길을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가 있었다. 이른바 ‘기부샘이 샘솟게 하는 나무’에는 빨간 ‘기부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종이로 만든 나무와 사과에는 시민들의 소중한 약속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내년 한 해 희망하는 기부 내용과 자신의 이름, e메일 주소를 적어 ‘기부샘샘 나무’에 붙여 놓은 것. 150개의 ‘기부 사과’에 약정 금액만 1500여만 원에 이르렀다.
일부 모금단체의 성금 유용에도 불구하고 불우이웃을 위해 연말 기부 분위기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본보 보도(14일자 A1·3면 참조)가 나간 이후 기부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대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5월 한국대학생리더십센터가 창립된 이후 대학생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V원정대’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기적의 73일 볼런티어 데이즈(Volunteer Days)’의 개막 퍼포먼스로 ‘기부샘샘(메마른 기부의 샘을 다시금 샘솟게 하는) 프로젝트’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펼쳤다. 최근 10억 원을 기부한 가수 김장훈 씨처럼 거액을 기부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학생다운 패기를 살려 내년 12월 말까지 몸으로, 시간으로, 재능으로 10억 원 이상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독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내년 한 해 진행할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먼저 80개 대학에서 모인 대학생 150여 명으로 구성된 ‘V원정대 미러클 메이커’들이 모은 쌈짓돈 1000만 원을 조만간 어린이 관련 단체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어 자신의 기부 내용을 인증샷으로 인터넷에 올리면 칭찬 릴레이를 펼치기로 한 ‘아름다운 생색내기’ 프로젝트, 대학가 상점 중 기부와 봉사를 삶으로 실천하는 곳을 찾아가 매출을 올려주는 ‘참 착한 우리 사장님’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기부하는 착한 기업 10곳을 매달 공개하며 플래시몹을 활용해 신제품 판촉 활동 봉사 등을 펼쳐 구매를 독려하기로 했고, 2월 14일을 ‘볼런티어 데이’로 지정해 사랑하는 연인에게 ‘볼런티어 초콜릿’을 선물하고 이날 콘서트도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전국 각지에서 기부의 물결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봉사 프로젝트를 펼치기로 한 것이다. V원정대 운영진은 20일 오전 김장훈 씨의 미니홈피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편지를 남기고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국대학생자원봉사원정대 김상민 대표는 “365일 동안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을 펼치는 계획을 세우려던 중 동아일보의 ‘말라가는 기부의 샘’ 기사를 보고 이 같은 기부샘샘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회원 수도 올해 초 500여 명에서 최근 9100명으로 급증하는 등 대학생들의 봉사 열정이 뜨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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