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뽑은 어린이책 최고 이야기꾼 “앤서니 브라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3일 03시 00분



“탁월한 구성력에 현대 사회의 이면을 콕콕 집어내는 작가” “사실적인 그림 속에 환상적인 이야기, 다양한 상징, 풍자적 시선을 담은 그림책”….

지난달 동아일보가 실시한 “해외 동화, 그림책 ‘파워 라이터’는 누구인가”라는 설문에서 1위를 차지한 영국 작가 앤서니 브라운 씨(64·사진)에 대한 어린이책 출판사 편집장들의 평가다.

▶본보 11월 25일자 A23면 참조

브라운 씨는 ‘고릴라’ ‘돼지책’ ‘우리 아빠가 최고야’ 등의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최근에는 영국 어린이들의 그림이 더해진 ‘앤서니 브라운과 마술연필’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영국에 거주하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우선 “편집장들이 최고의 작가로 선정하며 나의 그림책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신간 ‘…마술연필’에는 어떤 주제를 담았느냐는 물음에 “이 책은 위기가 나타날 때마다 마술연필로 그림을 그려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곰의 이야기”라며 “창의력의 힘에 대한 일종의 찬사를 표현했다”고 답했다.

“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아이들이 참여하는 그림책 경연대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신문사에서는 제가 이야기를 쓰고 그 이야기를 아이들이 완성하도록 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이 주인공인 곰에게 새로운 생동감을 선사했어요.” 책을 출간한 웅진주니어는 그가 한국 어린이들의 그림을 직접 심사하는 그림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브라운 씨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때 이후에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라며 “그래서 내 책의 결말을 단정 짓지 않는다. 독자가 책을 읽고 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책은 유머가 넘치지만 주제는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아내와 엄마에게 모든 집안일을 떠맡기고 빈둥거리는 남편과 아이가 돼지로 변하는 ‘돼지책’에는 페미니즘을 강조했고 ‘너도 갖고 싶니’에선 인간의 소유욕을 풍자했다.

“일반적으로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린이는 훨씬 더 영리하고 상황을 잘 파악합니다. 주제가 무겁더라도 재미있고 흥미를 끄는 방식으로 접근해 나간다면 어린이 대부분이 내 책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브라운 씨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이 많은 이유에 대해 “등장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사람을 나타낸다”며 “경우에 따라 동화책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동물을 내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어떤 면에서 동물 캐릭터는 사람보다 더 보편성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책에는 유독 고릴라와 원숭이가 자주 등장한다. 덩치 큰 고릴라는 어릴 적 보았던 아버지를, 작은 원숭이는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브라운 씨에게 아이들의 상상력을 높이는 비법을 물었다. “어렸을 때 형과 자주 했던 그리기 게임을 제안합니다. 첫 번째 사람이 다소 불분명한 형태의 간단한 모양을 그리면 다음 사람이 그 추상적인 그림을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모양으로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어린이는 이 게임에서 대부분 어른보다 훨씬 놀라운 능력을 보입니다.”

브라운 씨는 자신의 책을 통해 아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각 나라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제가 느끼는 점은 우리가 비록 개개인이더라도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희망, 공포 그리고 바람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국내에는 30권이 넘는 그의 책이 번역 출간돼 있다.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책으로 ‘고릴라’를 꼽았다. “고릴라는 제 일곱 번째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제 일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그림책이란 게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국내 출간된 고릴라는 50만 부가 넘게 팔렸다.

그는 아이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주는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책에 평화에 대한 내용을 담을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그림책으로 긴장상황을 변화시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