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간 잊혀진 사람들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으로 강제 징병됐다가 종전 후 시베리아 등에 억류돼 강제 노동을 해 온 한국인들이다. 그들 가운데 이미 상당수가 고령으로 사망했지만 정부는 아직 이들의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시베리아 및 중앙아시아 일대 포로수용소에 억류됐던 조선인 포로 1만여 명 중 6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 측은 “국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시베리아에 버려져 있던 한국인들이 줄줄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시베리아에 억류됐다 귀국한 한인들이 만든 모임 ‘시베리아 삭풍회’ 회원들도 고령으로 숨지면서 종전 60여 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현황 명부는 총 4가지다. 시베리아 삭풍회 명단을 비롯해 한 지역 언론사가 6개월간 러시아 문서보관소를 조사해 확보한 조선인 6000여 명의 명부, 억류된 조선인들이 러시아 정부에 직접 요청해 받아낸 ‘노동증명서’ 34건, 중국 정부가 중국으로 돌아온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명부 등이다. 4가지 모두 개인이나 관련국 정부가 발품을 팔아 찾아낸 것이다. 한국 정부가 확인한 억류자 관련 증거품은 국가기록원이 2007년 러시아 군사기록보존소를 통해 입수한 3000명분의 조선인 포로카드 사본이 전부다. 이 때문에 시베리아에서 억류 중 사망한 사람들의 신원이나 수, 이들이 매장된 지역을 파악하는 작업이 국내에서는 사실상 걸음마 단계라고 위원회 측은 설명했다.
위원회는 1991년 소련이 일본 정부에 전달한 억류 사망자 4만여 명에 대한 자료 중 언급된 조선인 관련 정보에 근거해 현재까지 확인된 조선인 사망자가 최소 60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원회 측은 “사망자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사망 후에도 고국으로 송환되지 못하는 유해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에는 조선인 억류 사망자 12명의 매장지 정보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 정보조차도 일본 후생성에서 자국 희생자의 유골 봉환을 위해 조사하다가 우연히 알게 돼 한국 정부에 제공한 것이다. 위원회에서 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를 증언해줄 수 있는 피해자들이 더 줄어들기 전에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시베리아 일대에 억류돼 있던 조선인의 수 및 피해 상황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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