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어사전에서 ‘용수철(龍鬚鐵)’의 뜻을 찾아보면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으로 된 쇠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왜 하필 용수철이라는 한자어로 만들어지게 됐는지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설명이다.
“용수철이라는 단어는 용 룡, 수염 수, 쇠 철이라는 한자로 만들어져 ‘용(龍)의 수염(鬚)처럼 생긴 쇠(鐵)줄’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이해하기가 한결 쉽다.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전광진 교수(55·사진)는 15년 동안 초등학생들을 위한 종이사전인 ‘초중교과 속뜻학습 국어사전(초등속뜻사전)’을 펼쳐 내오고 있다. 27일 세 번째 사전을 출간했다.
일반 사전이 단어의 뜻을 간략히 설명하는 데 그치는 반면 속뜻사전에서는 한자 풀이를 통해 왜 그런 뜻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같은 뜻의 영어 단어와 사용례, 비슷한 말, 반대말 등 가능한 한 풍부한 내용을 곁들여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초등학교 3, 4학년은 사용하는 어휘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로 이때 어휘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이후의 언어 교육은 소용이 없습니다. 어휘력이 곧 언어 능력이고 언어 능력이 평생의 학습 능력을 좌우합니다.”
전 교수가 돈이 되지 않는 종이사전 편찬에 매달리게 된 데는 15년 전 초등학생이던 자녀를 가르치다 일반 사전의 한계를 실감한 게 계기가 됐다. “아이가 형광등(螢光燈)이나 예각(銳角), 용수철, 용매(溶媒) 같은 단어를 물어보는데 일반 사전에는 딱딱하고 짧은 설명 외에 속 시원한 풀이가 없어 오히려 공부하는 자녀에게 상실감만 안겨주더군요.”
전 교수는 이를 계기로 2005년 한자어 어휘력과 학력 신장의 함수 관계를 연구한 ‘한자의 특질을 활용한 LBH 교수학습법 개발’이라는 논문을 쓰고, 2007년과 2008년 이를 활용한 한자어 전문사전 두 권을 연달아 발간했다. 전 교수는 속뜻 사전의 의미를 암기에서 이해로 가는 초등교육의 전환점을 제공한다는 데서 찾았다. “암기(暗記)는 어두운 곳에서 기록을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교육 방식에서 이해(理解) 즉, 이유를 풀어 아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