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일명 맹호부대) 예하 기갑여단에서 경비소대장으로 근무하는 김준석 중사(30·사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처는 골수기증 관련 일을 다루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였다. 협회 관계자는 김 중사에게 “골수가 정확히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 중사는 자신이 4, 5년 전 휴가 중 헌혈을 한 뒤 골수기증신청서를 작성한 기억이 떠올랐다.
골수이식 수술이 결코 가볍지 않은 수술이라는 주위의 걱정에 김 중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골수암 환자가 당시 세 살배기 남자아이라는 말을 듣고 수술에 동의했다. 그도 5세, 1세 남매를 뒀기 때문. 골수 기증에 동의한 뒤 최종 성분 분석을 실시한 결과 모두 일치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바쁜 훈련일정과 환자의 항암치료 때문에 수술이 늦어지다 3일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7시간의 대수술 끝에 골수 이식에 성공했다.
김 중사는 수술 후 경과가 좋아 5일 퇴원한 뒤 1, 2주간 집에서 몸조리를 할 예정이다. 그는 “얼굴도 모르는 아이지만 집에 있는 내 아이들을 생각하니 골수 기증을 미룰 수 없었다”며 “유전자가 일치해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어 다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맹호부대 관계자는 “김 중사는 지난해 4월 술을 마신 채 사고를 내고 달아나던 뺑소니 차량을 15km나 뒤쫓아 붙잡은 적이 있다”며 “남들은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큰일을 2년 사이 두 번이나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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