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80년대 시국사건 변호를 많이 맡았던 변호사 이돈명 씨(법무법인 덕수 대표)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고등고시 사법과(3회)에 합격해 판사로 근무하다 196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변론을 맡으면서부터 시국사건 단골 변호인이 됐다. 이어 ‘인혁당 사건’, ‘김지하 반공법 위반 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크리스챤아카데미 사건’,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김재규) 사건’, ‘광주민주화운동’ 등 굵직한 시국사건 변호인명단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한국의 인권변호사를 다룬 저서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에서 고인을 황인철, 조준희, 홍성우 변호사와 함께 ‘4인방 인권변호사’로 표현했다. 1986년에는 인천 ‘5·3사태’로 수배 중이던 이부영 당시 민통련 사무차장을 자신의 집에 숨겨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인권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고문, 조선대 총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상지학원 이사장, 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장도 지냈다. 조선대 총장 시절인 1989년 ‘조선대생 이철규 군 변사사건’ 등으로 어수선했던 무렵 학교 안팎의 거센 개혁요구를 수용하면서도 학내 분위기를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대 관계자는 “그는 ‘빈 가방을 가져와서 빈 가방을 가져간다’는 마음으로 미화원들에게 자신의 판공비를 나눠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영일(전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 사장) 동헌(전 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사헌 씨(미국 거주)와 딸 영심 영희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4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 02-3410-3151∼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