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2011 시리즈’ 품절 콘서트 만든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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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말러 전곡 공연 성공적 도전 亞 최초 DG社음반 냅니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14일 연주할 말러 교향곡 4번에 대한 소개를 잊지 않았다. 그는 “3악장에선 하늘에 있는 어머니가 지상의 아이들을 보면서 ‘잘하고 있구나’ 하고 미소를 보내는 듯하다”며 ‘천국을 맛볼 수 있는 교향곡’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14일 연주할 말러 교향곡 4번에 대한 소개를 잊지 않았다. 그는 “3악장에선 하늘에 있는 어머니가 지상의 아이들을 보면서 ‘잘하고 있구나’ 하고 미소를 보내는 듯하다”며 ‘천국을 맛볼 수 있는 교향곡’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언제부터 국내 교향악단 콘서트가 ‘표 구하기 힘든’ 공연이었던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2011 시리즈’는 21일 열리는 2회(교향곡 5번)가 지난주 매진된 데 이어 14일 1회(4번)도 ‘품절 콘서트’에 등극했다. 심지어 12월에 열리는 시리즈 6(8번)도 12일 현재 단 90여 석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런 공전(空前)의 ‘서울시향 열풍’ ‘말러 열풍’ 한가운데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있음은 물론이다. 교향곡 4번 연습에 여념이 없는 그를 1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예술감독실에서 인터뷰했다.

―지난해 말러 전곡 연주를 시작하기 전, “완벽히 준비돼서가 아니라 완성에 가까이 가기 위해 말러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14일 콘서트로 전곡(10곡)의 절반을 지나게 되는데 그동안의 성과를 어떻게 자평하십니까.

“기대보다 잘됐습니다. 어떤 악단이라도 도전은 필요하죠. 그러나 극복하지 못할 도전이라면 없는 것만 못하지 않습니까. 성공적인 도전이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성공입니까.

“교향악단이 연습을 치열하게 하면 실제 연주에서는 여유 있게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말로는 쉬운데 간단한 게 아니죠. 그런데 실제 자유로운 느낌으로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단단한 벽을 하나 뚫었다고나 할까요.”

정 감독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인의 성악적 재능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가 서울시향과 연주한 말러 교향곡 2, 3번에는 대규모 합창단이 등장한다. 그는 이 ‘한국인들’에게서 득을 보았을까. 그는 “만약 훌륭한 합창지휘자가 가장 좋은 성악진을 뽑아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면 한국은 1년 내 세계 최고의 합창단을 조직할 수 있는 나라”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2005년 취임 당시 ‘5년 뒤엔 아시아 정상권, 10년이면 세계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도쿄 필 수준에 다다랐으며 세계 수준 도전은 이제부터 사회의 관심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고 했다. 그 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갈등을 빚으면서 한강 노들섬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전용홀 건립계획이 위기에 처했다. 그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교향악단의 수준이 한 차례 더 성장하기 위해 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의 음향조건은 매우 열악하죠. 외부 협연자를 모시기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예요. 실제 공연장과 비슷한 음향조건에서 연습해야 기대하는 소리를 익힐 수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던 1994년 새로 부임한 문화부 장관과 갈등을 겪으면서 자리를 물러난 바 있다. 정 감독은 “어느 나라든지 정권이 바뀌거나 의회에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서 전임자의 모든 정책을 배척하기만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2011년은 그와 서울시향에 어떤 해가 될까. 그는 ‘아직 계약이 완료되지 않아 자세한 것을 밝히기는 힘들지만…’이라면서 눈이 크게 떠질 말을 던졌다. “서울시향이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음반을 내게 됩니다. 아시아 악단으로서는 최초입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지난해 말러 교향곡 1, 2번 연주 직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녹음을 진행했는데 이 녹음도 DG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5년 동안 프랑스에서 금관 연주자 다섯 명을 데려왔습니다. 한국의 금관 수준에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서울시향 연주를 본 청소년들이 금관에 매료되어 금관을 전공하게 되고, 이들이 한 세대 뒤 한국 관현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단지 제가 가진 꿈의 일부일 뿐입니다. ‘위대한 음악의 세계를 세상에 좀 더 널리 알려야 할 텐데’라는 생각에 마음이 마냥 급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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