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을 하루 앞둔 24일 한파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소설가 박완서 씨의 빈소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루 종일 20여 m에 이르는 조문객의 행렬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이날 빈소를 찾은 김황식 국무총리는 “고인이 왕성히 활동하셨으며 국민을 따뜻한 마음으로 잘 보듬어 주셨는데 아쉽다”면서 “국민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유족을 위로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빈소를 찾아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일상 속 따뜻함으로 우리에게 인간적인 감동과 문학적인 위안을 주셨던 훌륭한 분이셨다”고 추모했다.
문인들의 추모는 더욱 각별했다. 소설가 오정희 씨는 “함께 있으면 늘 든든했던, 삶과 문학 모두가 닮고 싶은 분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시인 이시영 씨도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깨끗했던 작가의 모습과 열정적인 창작 활동은 문단의 귀감이었다”고 돌아봤다.
고인의 글을 좋아하는 팬들의 조문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숙명여대 국문과에 재학 중인 강보슬 씨(22)는 “6·25전쟁 등 우리 역사의 아픈 시기를 다룬 선생님의 작품은 나로 하여금 역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무식 씨(57)는 “고인은 진리에 다가갈 수 있는 생활 속 소재를 찾아내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작가였다”고 회고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누리꾼들은 이날 서점들이 온라인에 마련한 고인의 추모 페이지와 트위터 등을 통해 추모의 심정을 표현했다. ‘임굴’이라는 ID를 쓰는 누리꾼은 알라딘의 추모 페이지에 “삶의 따뜻함을 알게 해주셨고, 각박한 마음에 비를 내리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썼다. ID ‘eunjuly’는 “딱 한 번 뵈었지만 처음 뵈었을 때도 그 후 몇십 년이 흐른 지금도 내 어머니 같았던 선생님”이라면서 “어머니를 떠나보낸 마음으로 서운하고 슬프지만 그토록 그리워하셨던 남편분과 아드님 만나셔서 편히 쉬소서”라고 썼다. 누리꾼 ‘오키초비’는 고인을 “인생과 나를 뒤돌아보게 하고, 인생을 맛나고 멋지게 사는 방법을 알게 해주신 우리 모두의 영원한 헤로인”이라고 적었다.
고인의 글이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았음을 알 수 있는 글들도 눈에 띄었다. 반디앤루니스의 추모 페이지에는 “저희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셨던 작가 선생님이었는데 어머니께서 많이 쓸쓸해하시는 게 안타깝습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의 글에는 고인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글이 특히 많았다. “내 삶의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글들…당신의 따뜻함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 속에서 모국의 아픔, 사람들의 진실한 마음 그리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을 배웠습니다” 등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작가의 책 판매가 급증하는 등 서점가에서도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교보문고에서는 작가의 부음 소식이 들린 뒤 이틀 동안 지난해 출간된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평소보다 5배 이상 팔렸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남자네 집’ 등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이틀 동안 하루 평균 130권씩 팔렸다. 이는 평소보다 6배 이상 많은 수치다. 작가의 책이 평소 100여 권 나가던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도 이틀 동안 2000여 권이 판매됐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동영상=박완서 “또다시 전쟁을 보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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