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미생물 ‘소셜네트워크’ 만들어 해충에 대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한국생명공학硏연구진 밝혀… 국내 첫 英생태학지에 게재

식물이 ‘미생물 동맹군’을 불러 모아 병충해에 대항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의 ‘소셜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것이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사진) 연구진은 26일 해충에게 공격받은 식물이 뿌리 주변의 이로운 미생물을 끌어들여 면역력을 높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식물 뿌리 근처 흙 1g에는 약 1억 마리의 미생물이 산다. 이 중 15%는 식물에게 유익한 미생물로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그 수가 증가해 병충해 발병률을 크게 낮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국내 주요 재배 밭작물인 ‘고추’와 해충 ‘온실가루이’로 실험했다. 온실가루이는 파리의 일종으로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거나 세균 등을 옮긴다. 온실가루이가 고춧잎 즙액을 빨아먹으면 고춧잎은 뿌리에 신호를 보내 분비액을 분출한다. 분비액이 곰팡이 등 이로운 미생물을 끌어 모아 식물의 면역력을 높이고, 고춧잎에 온실가루이가 달라붙는 것을 30%가량 낮춘다.

이렇게 미생물 동맹군을 만든 고추에서는 식물의 뿌리를 파괴해 말라죽게 하는 청고병이나 잎궤양병의 발병률도 크게 줄었다. 류 책임연구원은 “미생물을 끌어 모아 식물의 면역력을 높이면 농약을 쓰지 않고도 해충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생태학지(Journal of Ecology)’ 1월 17일자에 게재됐다. 99년 전통의 이 학술지에 국내 학자의 연구 성과가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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