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순위에 차등을 두지 않고 첫아이부터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만난 피터 맥도널드 국제인구연구연맹(IUSSP) 회장(사진)은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자녀 위주의 지원정책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회장은 2013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27차 세계인구총회 준비를 점검하기 위해 방한했다.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인구총회는 전 세계 인구학자 3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인구 문제에 대한 학술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인구 올림픽’으로 불린다.
맥도널드 회장은 “한국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이 다자녀 가구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지적하면서 “아이를 처음 낳는 순간부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 교수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온 맥도널드 회장은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출산율이 1.5명 미만인 저출산 국가가 모두 엄마가 됨으로써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높다”고 분석했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대개 가족 중심의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에서 최근 30, 40년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는 전통적인 가치관과 사회가 충돌해 여성들이 일과 양육의 공존이 아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맥도널드 회장은 출산율 2명을 유지하는 호주의 정책을 예로 들면서 한국도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아이를 낳으면 첫 1년 동안 평균 1만 호주달러(약 1100만 원)를 지원합니다. 보육료도 소득 수준에 따라 55∼100%까지 지원해 줍니다. 출생 순위에 차등을 두지 않고 첫아이부터 적극 지원합니다.”
그러나 맥도널드 회장은 “정책을 던져놓는 것으로만 저출산이 해결되지는 않고, 국가와 기업의 공조를 통해 여성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문화의 변화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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