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탈의중’ ‘표창장’ 등 유머코드로 서울 바꾸는 광고인 이제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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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공무원 훈계도 들었지만… 이웃들 즐거워하면 그만”

최근 표창장 형태의 ‘서울을 빛낸 위대한 서울 시민들’ 캠페인 광고 등을 만든 광고 기획 이제석 씨. 그가 만든 표창장 광고(왼쪽)가 서울시내 곳곳에 내걸렸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표창장 형태의 ‘서울을 빛낸 위대한 서울 시민들’ 캠페인 광고 등을 만든 광고 기획 이제석 씨. 그가 만든 표창장 광고(왼쪽)가 서울시내 곳곳에 내걸렸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동아일보 자료 사진
“당신들은 서울을 빛낸 진정한 영웅입니다.” 최근 서울시내에 커다란 ‘표창장’이 걸렸다. 금색 테두리 속의 표창장에는 “당신이 영웅”이라며 대대적인 칭찬 글이 적혀 있다. 표창을 받은 대상은 노동자 대중교통기사 환경미화원 식당아주머니 소방공무원 직장인 등. 대단한 사람은 따로 있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우리 이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표창장은 서울시가 지난달 28일부터 시내 곳곳에 내건 ‘서울을 빛낸 위대한 서울 시민들’이란 캠페인 광고다. 딱딱한 정책홍보만 하던 서울시에 훈훈한 유전자(DNA)를 심어준 주인공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광고 기획자 이제석 씨(30). 현재 예일대 디자인 아트스쿨에 다니는 이 씨를 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티는 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우리 이웃이 기뻐할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쩌면 어릴 적 한국에서 상 한 번 받지 못한 제 얘기일 수도….”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 윈쇼페스티벌(최우수상), 클리오어워드(동상), 미국광고협회 애디어워드(금상) 등을 휩쓴 이 씨는 지난해 서울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서울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말 광화문광장 내 이순신 장군 동상의 ‘탈의 중’ 가림막 설치가 대표적인 사례. 탈의 중 가림막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순신 장군 잠시 내시경 받으러 간다’고 말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씨는 “탈의 중 가림막 시안을 처음 만들었을 때 시청 공무원들이 ‘가볍다’ ‘너무 과감하다’며 반대도 모자라 훈계까지 했다”고 말했다.

지방대(대구 계명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이 씨가 세계 무대로 나아가 인정받은 것을 두고 사람들은 소시민의 통쾌한 ‘역전극’이라고 말한다. 학벌주의가 만연한 한국이 오히려 뒤늦게 인재를 발견했기 때문. ‘금의환향’은 했지만 자신을 몰라준 한국과 서울을 위한 작업을 펼치는 게 껄끄럽지는 않을까. 이 씨는 “처음엔 나를 인정해주지 않은 한국을 향해 ‘오줌’도 누기 싫었지만 해외에 나가 보니 자연스레 애국자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 씨는 사랑의 전화 마포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자살 방지’ 캠페인 광고를 만들고 있다. 그의 목표는 공익광고계의 ‘히틀러’가 되는 것이다. ‘폭군’이 되겠다는 뜻인가?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말도 안 되는 광고를 통해 도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뜻이죠. 혁신은 다른 데 있지 않아요. 초등학생, 구멍가게 아줌마도 웃을 수 있는 따뜻하고 재미난 소재면 충분합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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