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님이 14일 밤 광주 북구 중흥동 한 건물 2층에 자리한 법정 스님 기념관 안 서재에서 입적한 법정 스님의 무소유 가르침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무소유의 향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요.” 15일 오전 광주 북구 중흥동의 한 건물 2층. 주부 김용덕 씨(55) 등 맑고 향기롭게 광주지부 회원 5명이 호박무침, 김치 등 정갈한 반찬을 도시락에 담기에 분주했다. 이 도시락은 홀몸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80명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맑고 향기롭게는 입적한 법정 스님이 만든 봉사단체로 서울본부를 비롯해 부산·대구·대전·경남·광주지부 등 6곳이 있다.
광주지부 회원 300명이 일주일에 5일간 도시락을 만드는 공간은 무소유의 향기를 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290m²(약 88평) 규모의 공간에는 무소유 명상음악 감상실, 법정 스님 서재, 다실, 지부사무실, 도시락을 만드는 주방이 함께 있다. 전체 공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무소유 명상음악 감상실은 시민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각종 차를 마실 수 있는 명상공간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문을 연 뒤 저렴한 가격으로 차를 판매한다. 그 수익금은 사랑의 도시락을 만드는 데 쓰인다. 고현 지부장(조선대 미대 교수)은 “감상실은 모든 것을 남기지 말라는 법정 스님의 뜻과는 맞지 않지만 무소유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감상실 한쪽에는 법정 스님의 영정사진과 저서, 법정 스님이 독서를 권한 책 50권 등이 있는 서재 ‘다래헌’이 있다. 이금지 광주지부 총무는 “지난해 10월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 서재에서 무소유의 의미를 되새겼는데 정신이 맑아지고 삶도 풍요로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법정 스님이 즐겼던 다실을 재현한 ‘불일암’이라는 공간도 있다. 회원들은 전국에서 한 곳뿐인 법정 스님 기념관에서 그의 생전 영상설법을 듣거나 저서를 읽고 토론회를 열고 있다.
법정 스님 기념관 설립에는 전남 보성군에 있는 대원사 주지인 현장 스님이 큰 역할을 했다. 현장 스님은 이달 28일 길상사에서 열리는 법정 스님 입적 1주기 추모법회를 앞두고 슬픔이 남다르다. 그는 법정 스님과는 속가에서는 조카였다. 승적으로는 법정 스님의 사형인 구산 스님의 제자였다.
현장 스님은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뒤 그 빈자리가 너무 크다”며 “법정 스님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냐는 화두를 던져주셨다”고 밝혔다. 또 “법정 스님의 글은 사람들의 마음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정 스님의 유골은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 후박나무와 강원도 토굴 철쭉 두 곳에 안장됐다. 현장 스님은 “법정 스님 기념관은 유물이나 사진을 전시하는 곳이 아닌 무소유의 향기를 전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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