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박찬경 형제 감독이 아이폰으로 촬영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이 19일(현지 시간) 오후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제61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양효주 감독의 ‘부서진 밤’은 이 부문에서 은곰상(심사위원상)을 받아 한국 영화가 단편 부문을 휩쓸었다.
이번 영화제에 한국은 현빈, 임수정 주연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아시아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을 포함해 단편 파노라마 포럼 등 4개 부문에 9편을 출품했지만 단편 부문 외에는 수상에 실패했다.
‘파란만장’은 한 남자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그린 30분 분량의 판타지 영화로 이정현 오광록 등이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은 2007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8대 본상 중 하나인 알프레트 바워상을 수상해 이 영화제에선 두 번째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04년에는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에는 ‘박쥐’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동생인 박찬경 감독은 단편영화 ‘비행’ ‘파워통로’ 등을 연출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박찬경 감독은 20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형제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상을 받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형에게 상을 받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정말 맞느냐’고 물으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설치미술가이기도 한 박 감독은 앞으로 상업영화에도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형인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제작을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이날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특별은곰상을 수상한 이후 1994년 장선우 감독이 ‘화엄경’으로 알프레트 바워상을,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감독상인 은곰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
한편 이란 아스가르 파라디 감독의 ‘나데르와 시민, 별거’는 이번에 경쟁 부문 황금곰상과 남녀 주연배우상(은곰상)을 휩쓸었다. 주최 측은 이례적으로 이 영화에 출연한 남녀 배우 모두에게 남녀 주연배우상을 수여했다. 파라디 감독은 2009년 이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황금곰상을 거머쥐었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은 헝가리 출신의 벨러 터르 감독의 영화 ‘토리노의 말’에, 감독상은 아프리카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가족의 삶을 다룬 ‘수면병’을 연출한 독일 울리히 쾰러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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