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 워싱턴 자연사박물관 내 한국전시관을 찾은 버지니아 주민 디애나 맥대니얼 씨 가족이 한글 발명 과정 등을 설명하는 자원봉사 학생의 설명을 듣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미국 워싱턴에 있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다. 여러 주제 박물관의 복합단지인 스미스소니언 중에서도 자연사박물관은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일년 내내 북적거린다. 연간 평균관람객이 700만 명이 넘는다. 이곳 2층에는 ‘코리아 갤러리(한국전시관)’가 있다. 2007년 한국 정부로부터 125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아 100m²(약 30평) 공간에 문을 연 이곳은 워싱턴 내 ‘작은 한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요즘 한국관은 관람객의 지속적인 감소와 전시 콘텐츠의 부실함 때문에 큰 고민을 안고 있다. 15일 기자가 한국관을 찾았을 때 ‘적막하다’는 단어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다른 전시공간에 가득한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이곳에는 없다. 카메라의 셔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2시간 동안 10여 명만이 오갔다. 그나마도 관람객이 머문 시간은 3∼5분밖에 안 됐다.
한국관은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박물관 방문을 계기로 개관 논의에 탄력이 붙어 2007년 6월 개관했다. 개관 때는 재정지원을 한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자연사박물관, 주미 한국대사관이 공동으로 한 달 반 동안 ‘워싱턴 한국축제’를 성대하게 열었다.
하지만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3년여에 걸친 연구를 통해 엄선했다는 전시물과 내부구조는 그동안 변한 것이 거의 없다. ‘세계에도 널리 알려진 대표 한국인 4인’으로 전시된 인물은 골프스타 박세리, 재야운동가 고 문익환 목사, 카자흐스탄에 거주했던 화가 미하일 페트로비치 김, 미국에서 활동하는 도예가 데이비드 정 씨다. 워낙 방치된 공간처럼 썰렁하다 보니 박물관 측이 한국관의 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다행히 기자가 박물관에 확인한 결과 개관 당시 적어도 10년 동안은 전시관을 유지한다고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합의해 최소한 2017년까지는 쫓겨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이 한국이 낸 기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하고라도 자국의 홍보관을 만들기 위해 스미스소니언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은 한국 관련 단체가 이벤트성 행사를 열 때만 반짝 활기를 띤다. 한국관을 자발적으로 후원, 홍보하는 한미예술재단(미국에 등록된 비영리 문화재단)이 19일 워싱턴 지역의 한국학교(한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견학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날은 한국관 앞이 모처럼 북적였다. 한인 2세인 14명의 자원봉사자는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를 열심히 설명했다. 외국인들도 한국의 전통혼례와 백일 잔치, 돌잔치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한미예술재단 문숙 대표는 “미국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과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청소년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알릴 좋은 기회와 장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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