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순국장소 첨단기법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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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북위 36도 31분 28.43초-동경 136도 40분 14.12초

1932년 12월 19일 일본 이시카와(石川) 현 우치카와(內川) 마을의 미쓰고지(三小牛) 육군 공병작업장에서 처형 당해 순국한 매헌 윤봉길 의사(1908∼1932·사진). 윤 의사의 정확한 순국 장소(처형장)가 확인됐다.

근대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김광만 프리랜서 PD(56)는 윤 의사 처형 관련 기록과 사진, 당시 지도를 비교한 뒤 구글의 위성사진 시스템을 적용해 순국 장소를 찾아냈다. 그동안 순국 장소에 대한 여러 추정이 나왔지만 다양한 자료와 입체적인 방식으로 정밀하게 순국 장소를 찾아낸 것은 처음이다.

김 PD는 1933년 일본 육군성이 작성한 윤 의사 처형 관련 극비문서 ‘만밀대일기(滿密大日記)’를 찾아낸 뒤 윤 의사의 순국 장소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2년 방위청 자료실에서 이 문서를 찾아내 공개한 바 있다. 이 일기엔 윤 의사의 총살 과정과 사후 처리에 대한 기록, 총살 직전과 직후 사진, 처형장의 사진 등이 담겨 있다.

▶본보 2002년 4월 11일자 A1면 참조
윤봉길의사 순국장면 첫 공개

▶본보 2002년 4월 11일자 A3면 참조
[윤봉길의사 처형장면 사진 공개]尹의사는 끝내 굽히지 않았다


이 문서를 보면 ‘미쓰고지 서북 골짜기, 가나자와(金澤)-오하라(小原) 구간 산중 도로의 동쪽, 교통이 적고 공개될 위험이 없는 곳, 동쪽에 7m 높이의 절벽이 있어 총탄 차단에 적절한 곳’이라는 기록과 함께 처형장의 사진과 지형도면이 나온다.

김 PD는 일본 육지측량부가 1930년 측량해 1933년 발행한 이시카와 지역의 지도(1:2만5000)를 일본 국토지리원에서 찾아내 ‘만밀대일기’에 나오는 도면의 지형과 똑같은 곳(공병작업장 서북쪽 계곡)을 확인했다. 그는 구글의 위성사진과 비교하면서 순국 장소의 현재 지점을 추적해 들어간 뒤 처형장 사진(일본 병사 두 명이 총을 쏘기 위해 서 있는 모습)에 나오는 지형과 정밀하게 비교했다. 이어 윤 의사가 묶였던 곳의 절벽 뒤쪽 도로를 현재 구글의 위성지도와 비교해 순국 장소를 확정했다. 이렇게 찾아낸 곳은 북위 36도 31분 28.43초, 동경 136도 40분 14.12초 지점. 김 PD는 “대한지적공사 지적연구원에 자문했으며 오차는 3, 4m 이내”라고 설명했다.


김 PD가 윤 의사의 정확한 순국 장소를 짚어낸 것은 부정확한 추정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 그는 “육군 공병작업장은 자위대 땅으로, 현재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어서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순국 장소에 대한 정교하지 못한 추정이 나와 이를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보도된 순국 장소도 실제보다 남쪽으로 40∼50m 떨어진 곳이며 접근금지구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입구 주변을 순국 장소로 잘못 추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그동안 공병작업장 일대를 수차례 다녀온 김 PD는 24일 이시카와로 건너가 현지 조사를 하고 있다. 김 PD는 이날 “계곡에 눈이 4, 5m 쌓여 있어 촬영은 어렵지만 최대한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상황을 전해왔다.

김 PD는 정확한 순국 장소에 표석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입은 어렵더라도 큰 도로에서 표석에 이르는 작은 길 하나라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민단 관계자, 일본 시민단체 등과 함께 이곳을 평화교육장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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