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재 육성에 40년 함께한 건물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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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유치원 운영 황영옥 할머니
서울여대에 60억 건물 선뜻

“40년 가까운 세월을 저와 함께한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을 기부하렵니다.”

지난해 11월 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실로 기부 의사를 밝히는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황영옥 씨(72·사진). 황 씨가 기부하기로 한 건물은 시가 60억여 원으로 서울여대 기부 사상 최대 액수다.

황 씨는 1971년 대학총장 기도모임에서 서울여대 초대 학장이던 고 고황경 박사를 처음 만났다. 설립된 지 10년밖에 되지 않는 서울여대를 이끌던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고 박사는 교육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았다. 황 씨는 “어려운 시절 암흑 속에서도 바늘구멍 하나 있으면 희망을 볼 수 있다는 고 박사님 말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 일을 계기로 고 박사가 학장으로 있는 서울여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황 씨는 그동안 자신이 가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건물에서 35년째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교육 분야에 대한 기부도 열성적으로 해 왔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생각하던 차에 어느 날 라디오에서 이광자 총장의 방송 내용을 듣고 서울여대에 건물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여성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야말로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젊은 여성을 위해 쓸 수 있다면 재산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여대 본관에서는 황 씨가 기탁한 건물을 재원으로 한 ‘성정(聖情) 황영옥 장학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황 씨의 꿈이 이뤄진 것. 황영옥 장학금은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광자 총장은 “황 할머니의 뜻을 기려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황 씨의 기부정신을 기리기 위해 학교 안 사택에 황 씨의 집도 마련해줬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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