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 스님이 천축을 방문할 당시의 나이가 20세, 왕오천축국전을 쓰신 것이 24세 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대학교 학부생과 같은 나이에 학문적, 구도적 열정을 가지고 위험을 무릅쓰고 구도행각을 하신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도 혜초 스님의 개척자 정신을 본받아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2일 오후 동국대 김희옥 총장(63)이 취임 이후 첫 공식행사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을 관람했다. 20여 명의 학생과 함께 꼼꼼히 전시를 둘러본 김 총장은 “1300년 전 스님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불교가 어떻게 우리 문화의 꽃을 피우는 데 기여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동국대생 백혜원 씨(21)는 “새삼 우리 문화의 위대함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동안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됐다. 총장님과 함께 설명을 들으며 총장님에게도 허물없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학생들이 혜초 스님의 실크로드를 직접 찾아 그 정신과 여정을 체험하는 탐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로 스님이자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스님도 이날 230여 명의 신도와 함께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을 찾았다. 월주 스님은 왕오천축국전 원본 앞에서 “혜초 스님의 유려한 필체와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직접 설명을 하기도 했고, 신도들은 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전시를 둘러보았다. 스님은 전시실을 나서며 “답사를 통해 문화 교류에 앞장섰던 혜초 스님의 정신은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함께 전시를 보기 위해 올라온 신도 김종하 씨(73)는 “1997년에 중국에 있는 둔황 석굴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렇게 다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보게 되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번 특별전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왕오천축국전을 세계 최초로 공개 전시하고 있다. 왕오천축국전 원본은 17일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0일까지 연장 전시된다.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은 4월 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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