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방문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를 찾아 축구최강국의 미래 꿈나무들과 잠시 축구를 즐겼다. 장소는 마약범죄가 난무했던 대표적인 슬럼가인 시다지 데 데우스. 시다지 데 데우스는 ‘신의 도시(city of god)’라는 뜻으로 범죄로 악명 높았던 이곳을 무대로 2002년 제작된 유명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오전 11시경 오바마 대통령의 번쩍거리는 차량 행렬이 들어서자 지역 주민들은 인도와 지붕, 발코니로 쏟아져 나와 “오바마!”를 외치며 열렬히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두 딸 사샤, 말리아와 함께 주민문화센터에 들러 맨 앞줄에 앉아 아이들의 삼바 드럼 공연을 관람했다. 미셸 여사와 두 딸은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며 공연을 즐겼다.
20여 분 동안 이어진 공연이 끝나자 오바마 대통령은 주민문화센터 밖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인근 축구부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찼다. 아이들은 대부분 열 살이 채 안 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의와 넥타이를 푼 채 셔츠 소매를 걷고 한 아이와 함께 축구공 뺏기 드리블 시합을 벌였다. 미셸 여사와 두 딸도 아이들과 함께 공 뺏기 놀이를 하며 어울렸다. 이 모습을 지켜 본 축구부 코치 오를란도 무니스 씨는 “오바마 대통령이 축구에 타고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보기 위해 철망으로 된 담장으로 몰려들자 경호원들은 다 쓰러져가는 건물 함석지붕 위에 올라가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주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크리스티나 리베이로 간호보조사(43)는 “우리는 항상 고통에 시달리고 부끄러워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며 “이제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 같다”고 기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브라질의 여러 명소를 제쳐놓고 먼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마약 및 빈곤과 싸우는 남미 국가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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