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한국인 위해 써주오” 일본인 노무라씨 ‘속죄의 성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한국서 40년 빈민구호활동

지난해 5월 20일 장애아를 위한 칫솔을 한 아름 들고 푸르메 한방어린이재활센터를 찾았던 노무라 모토유키 씨(가운데). 푸르메재단 제공
지난해 5월 20일 장애아를 위한 칫솔을 한 아름 들고 푸르메 한방어린이재활센터를 찾았던 노무라 모토유키 씨(가운데). 푸르메재단 제공
한 일본인 사회운동가가 지인들에게서 받은 동일본 대지진 구호 성금을 피해 일본인들 대신 재일 한국인들을 위해 쓰기로 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목사이자 사회운동가인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80·사진) 씨는 40여 년 전부터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잘못을 (한국에) 속죄하겠다”며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빈민구호활동을 해온 인물.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인 17일 오랜 친구인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48)에게 “이번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어 도움이 필요한 재일 한국인이 있다면 성금을 내놓고 싶다”는 의사를 e메일로 밝혔다. 이 성금은 노무라 씨의 미국인 친구들이 “지진 피해를 본 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개인적으로 모아 보내준 것이다. 성금 액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노무라 씨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누구보다도 이번 지진으로 함께 고통을 겪었을 한국인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많은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학살당했는데도 일본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 속죄하고픈 마음 때문이다”라고 재일 한국인을 돕는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1950년 일본에서 함께 대학을 다닌 김오남이라는 한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너무나 힘들게 공부했지만 나도 사정이 어려워 도와주지 못했다”며 “그 친구처럼 외국생활로 고생하는 재일 한국인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노무라 씨는 한국 긴급구조대가 일본에 도착해 구조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야마나시(山梨) 현에 사는 노무라 씨와 가족들은 다행히 이번 지진에서 인명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노무라 씨는 “아픈 과거사까지 접어둔 채 진심으로 일본인들을 위로하며 ‘간바레 닛폰’을 외쳐준 한국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무라 씨는 “한국은 참 좋은 나라”라며 “앞으로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 국가로 성장해 나가기를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