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아이들끼리 이심전심… ‘왕따’ 몰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탈북 아동 기숙형 대안학교
삼흥학교 개교 한달 큰 호응… 입학 문의 전화 끊이지 않아

25일 탈북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초등과정을 교육하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삼흥학
교에서 채영희 교장이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며 북한식 말투와 어법을 교정하고
있다. 삼흥학교 제공
25일 탈북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초등과정을 교육하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삼흥학 교에서 채영희 교장이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며 북한식 말투와 어법을 교정하고 있다. 삼흥학교 제공
탈북 초등학생의 교육을 위해 지난달 문을 연 삼흥(三興)학교가 25일 개교 한 달을 맞았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삼흥학교는 상당수 북한 출신 아이들이 우리말이 서툴고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우려해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만들었다. 기숙사 형식의 대안학교로 주로 맞벌이를 하는 저소득층 탈북자 학부모와 학생이 이용한다.

현재 학생은 30명. 이들은 근처 신구로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방과 후에 이곳으로 와 국어 영어 음악 미술 컴퓨터 태권도 등을 배운다. 수업 이후엔 근처 아파트(118m² 규모)에 마련된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한 달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10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삼흥학교 관계자는 “비용이 저렴하고 탈북자를 이해해주는 선생님들이 있어 학부모들이 상당히 좋아한다. 탈북 아동끼리 있으니 ‘왕따’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삼흥학교가 탈북 학생 교육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국어다. 채영희 교장(40·여)은 “북한과 다른 어법을 바로잡기 위해 수시로 받아쓰기와 읽기를 시키고 있다”며 “책을 소리 내서 읽도록 시키고, TV 시청을 함께 하는 것도 주요 공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개교 이후 한 달 동안 이 학교 입학을 문의하는 전화와 방문이 매일 2, 3건씩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기자가 찾은 삼흥학교 교무실에서도 입학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동안은 기숙사로 쓸 집이 한 채밖에 안 돼 학생을 더 모집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후원자들의 성금이 늘어 한 채를 더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현재 30명인 학생 수를 40∼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채 교장은 “다행히 기숙사와 학생 수는 늘었지만 교육의 질이 낮아지지 않으려면 선생님도 더 뽑고 구내식당 규모도 늘려야 한다”며 “마음은 급하지만 당장 그럴 여력이 되지 않아 희망 학생을 다 받기가 어렵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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