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로 창고극장’ 태광그룹이 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국내 첫 민간소극장… 총 4억5500만원 후원하기로
내달 말 재개관… “순수 연극으로 대학로와 차별화”

태광그룹의 후원으로 폐관을 모면한 국내 첫 민간 소극장인 삼일로 창고극장. 태광그룹 제공
태광그룹의 후원으로 폐관을 모면한 국내 첫 민간 소극장인 삼일로 창고극장. 태광그룹 제공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던 서울 중구 저동의 삼일로 창고극장이 태광그룹(회장 이호진)의 후원으로 꺼져가던 명맥을 다시 잇게 됐다.

삼일로 창고극장은 극단 ‘에저또’를 이끌던 연출가 방태수 씨가 1975년 허름한 창고 건물을 사들여 극장으로 개조해 문을 연 한국 최초의 민간 소극장. 지난해 별세한 연출가 이원경 씨가 운영을 맡으면서 한국 민간 소극장운동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고 추송웅 씨의 ‘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비롯해 ‘티타임의 정사’ ‘유리동물원’ 등 숱한 명작이 이곳에서 공연됐다.

그러나 연극의 중심이 대학로로 이동하며 관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 2005년 노후 건물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간의 건축법 위반이 발견돼 위법건축물 이행 강제금 체납액이 지난해까지 5000만 원 가까이 쌓였다. 2003년 극장을 인수한 6대 극장주 정대경 씨는 더는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폐관을 결심했다. 하지만 중구청이 올해 초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만들면서 회생의 계기가 마련됐다.

▶3월 1일자 A23면 참조
‘삼일로 창고극장’ 회생 불씨 살렸다


이어 중구에 본사를 둔 태광그룹이 31일 “극장 개·보수를 통해 위법 부분을 해소하고 체납액 대납을 포함해 총 3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광그룹은 “서울 신문로 예술영화전용극장 씨네큐브와 신진 작가들을 위한 일주&선화 갤러리를 운영하며 순수예술을 후원해온 연장선상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극장은 17일부터 개·보수 공사에 들어가 5월 말 재개관한다. 극장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냉난방 시설 정비 등 관람 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태광그룹은 체납액과 극장 개·보수 비용 지원 외에 2013년 10월까지 매달 500만 원(1억5500만 원)을 후원하기로 했다며 “35년 넘게 자리를 지키면서 공연 문화 발전의 산파 역할을 해 온 창고극장을 되살리는 것은 연극계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반갑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극장주 정 씨는 “감사하고 기쁘다. 대학로의 상업 공연과 차별화하는 순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한편 도전정신과 의욕 있는 젊은 연극인들에게는 대관료 없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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