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동일 일본 히로시마 엘리자베스음대 객원교수(69·사진)는 18일 심사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16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46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12일 예선을 시작해 이날 준결선 진출자 12명을 확정하며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했다.
“심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게 적지 않습니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몇몇 학생만 가능했던 곡을 대다수 참가자가 어렵지 않게 연주해요. 기량뿐 아니라 프로그램 선택도 탁월합니다.”
심사위원단은 한 교수를 비롯한 국내 심사위원 3명, 해외 심사위원 8명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들이 보는 대회 수준은 어떨까.
“심사위원들이 모두들 ‘원더풀’이라고 말해요. 스케줄도 대단히 좋고 대회 운영도 깔끔합니다. 한 심사위원은 농담 삼아 ‘호텔 방에 샤워기만 있고 욕조가 없는 게 딱 하나 흠’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한 교수는 국내 피아니스트계의 산증인이다. 1954년 12세 때 명문 줄리아드음악원에 입학했고, 1965년 레번트릿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인 최초 국제대회 입상 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심사위원장을 맡아 까마득한 후배들을 심사하고 있는 그에게 당시 우승 순간을 물었다.
“결선에 5명이 올랐지요. 준비된 곡을 다 치고 나니 ‘베토벤 소나타 악장 하나를 천천히 쳐보라’고 하더군요. 연주를 마치니 심사위원이던 리언 플라이셔(83·‘왼손 연주자’로 유명한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내려와 웃으며 ‘생큐 베리 머치’라고 말했죠. 그때 우승을 예감했습니다.”
이 콩쿠르 우승 이후 한 교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세계적 연주가로 명성을 쌓았다. 이번 대회 우승자도 훌륭한 연주가로 성장할 기회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있지 않았다. “테크닉에 치중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에는 허재원 씨 등 국내 참가자 4명,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참가자 8명 등 총 12명이 올랐다. 준결선은 20,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6명이 겨루는 결선은 23,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만5000∼3만 원. 02-361-141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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