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쎈돌, 구리도 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이세돌 BC카드배 바둑 정교한 끝내기로 2연패
‘천적’ 징크스도 털고 명실상부한 세계 1인자로

이세돌 9단(왼쪽)이 BC카드배에서 우승해 세계 1인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 9단이 결승 5국에서 이긴 뒤 중국의 구리 9단과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이세돌 9단(왼쪽)이 BC카드배에서 우승해 세계 1인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 9단이 결승 5국에서 이긴 뒤 중국의 구리 9단과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그의 바둑은 치열했다. ‘누가 세계 1인자이냐’는 자존심과 함께 승패에 따라 2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큰 판이지만 조심스러움은 아예 없었다. 초반부터 강하게 밀고 나가는 바람에 고비도 맞이했다. 하지만 막판 정교한 끝내기로 승리해 세계대회에서 14차례 우승을 일구어냈다.

이세돌 9단(28)은 28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회 BC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5국에서 동갑내기 라이벌인 중국의 구리 9단에게 흑을 들고 207수 만에 불계승을 거둬 종합전적 3승 2패로 우승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 대회 2연패.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은 1억 원.

이 9단은 이날 승리로 명실상부한 세계 1인자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세계대회에서 14차례 우승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세계 1위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미진했다. 세계 정상 ‘빅3’에 드는 구리에게는 약한 면모를 보여 왔다. 역대 전적은 11승 11패(비공식전 포함)로 비슷하지만 세계대회만 따지면 5승 8패로 뒤졌다. 지난해에도 두 번 연달아 졌다. 그런 면에서 이 9단의 승리는 세계 1위가 누구냐는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의미가 있다.

서로 막판인 이날 대국에서 돌을 가린 결과 이 9단이 흑을 잡았다. 이 9단은 전날 우세했던 바둑을 놓친 것을 잊어버리려는 듯 중국식 포진으로 시작했고, 구리 9단은 화점 포석으로 응수했다. 이 9단은 역시 초반부터 어려운 싸움을 택해 이내 불리해졌다. 그러다 백이 방심한 틈을 타 우세를 확보했으나 다시 국면은 팽팽해졌다. 이 9단은 후반 깊은 수읽기와 한 집 반을 다투는 미세한 승부에서 정교한 끝내기 수순을 밟아 승리했다.

최철한 9단은 “최종 국답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면서 “이 9단의 침착한 승부호흡이 돋보인 한판”이라고 평가했다.

이 9단은 세계대회인 BC카드배 외에 현재 올레KT배, 원익배 10단전, 한국물가정보배 등 4관왕이다.

△1국(23일): 구리 9단 1승, 집백 170수 불계승 △2국(24일): 이세돌, 집백 184수 불계승 △3국(26일)=이세돌, 집백 261수 흑 반집승 △4국(27일): 구리, 집흑 불계승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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