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위치정보 저장 파일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폭로한 피트 워든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지난달 2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애플에 e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피트 워든 씨 제공
“아이폰의 위치정보 저장 파일은 애플의 실수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는 이 파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달 20일 한 콘퍼런스에서 앨러스데어 앨런 씨와 함께 애플 아이폰의 위치정보 저장 파일 존재를 처음 폭로한 피트 워든 씨.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워든 씨는 “20일 이후 일주일 동안 아이폰 위치정보 저장 파일에 대해 문의하는 e메일을 전 세계에서 6000통 받았고 언론 인터뷰나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파문이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시미밸리 시에 개인 사무실을 두고 있는 워든 씨는 지난달 26일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 파일을 어떻게 발견하게 됐나.
“앨런 연구원과 나는 컴퓨터 위치정보 관련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프로젝트와 관련해 아이폰에 저장된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이리저리 살펴보다 열흘 전쯤 우연히 이 파일을 발견하게 됐다.”
―정보가 어떤 식으로 저장됐나.
“처음에는 며칠 정도의 정보가 저장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꼼꼼히 분석해 보니 1년 동안 우리가 다닌 곳의 위치정보를 저장하고 있었다. 운영체제로 iOS4를 쓰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사용자의 위치를 시간과 함께 경도와 위도 좌표로 기록한다. 이 정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PC와 동기화할 경우 하드드라이브로도 전송된다.”
이와 관련해 워든 씨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폰의 휴대전화 기지국이 사용자의 위치를 한 시간에 두세 차례 추적하고 있다”며 “아이폰에 저장되는 위치정보는 도심에서는 사용자의 정확한 위치와 거의 오차가 없었으며 외진 곳에서는 몇 마일 정도의 오차를 보였다”고 말했다.
―앨런 연구원이 이 파일을 수개월 전에 발견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 파일의 존재를 몇 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던 전문가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 파일을 찾은 것은 발표하기 며칠 전이었다. 일반인들이 이 파일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발표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애플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들었다. 발표 전에 애플과 접촉했나.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애플의 컴퓨터 프로그램 분야에서 일했다. 지금도 애플에 아는 동료가 많다. 이들과 직접 연락을 하지는 않았고 애플 본사의 프로그램 보안 담당 팀에 이 문제를 논의해 보자는 e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발표할 때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발표 이후에도 애플에서 우리와 접촉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애플이 이 파일을 왜 만들었다고 보나.
“확실치 않지만 애플의 실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파일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활용하려 했다면 우리가 이처럼 쉽게 파일을 찾을 수 있도록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앨런 씨도 블룸버그통신에 “이 파일이 애플의 계획된 음모(conspiracy)라면 애플은 이 파일을 더 잘 숨겼을 것이고 우리가 찾아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기술적인 실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워든 씨의 이 같은 언급은 폭로 초기에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는 블로그에서 “애플이 위치정보를 축적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 파일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컴퓨터로 자동 전송되는 것을 보면 이 파일이 우연히 생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파일이 가진 문제점은 무엇인가.
“다른 휴대전화 회사들도 비슷한 정보를 모은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보통 법원의 명령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경우 누구나 이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대한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파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의심 많은 부인 또는 남편, 사설탐정 등이 필요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쉽게 나의 행적을 알 수 있다. 파일이 암호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컴퓨터와 동기화하면 컴퓨터에도 정보가 남는다. 파일을 암호화하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쓰든 나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미 의회 청문회 등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우리는 이 문제로 세상이 혼란에 빠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사용자가 위치정보 저장 파일이 제거되기를 원한다면 애플이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 의회가 이 문제를 두고 청문회를 계획하고 있는데, 실수인지 고의인지와 어떻게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등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