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는 압축 성장으로 인해 충분한 정신적 숙성의 시간을 갖지 못해 생긴 것이 많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으로 출발한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올바른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 계승, 발전시킨다면 국가의 물질적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대통령실장을 그만둔 지 8개월 만에 한중연 15대 원장으로 취임한 정정길 원장(사진)이 13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그는 “일본이 전쟁과 세계 불황 등 위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근대와 현대에 걸쳐 위대한 사상가들이 꾸준히 그들만의 전통을 이어나갔기 때문”이라며 “197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정신문화연구원을 세울 때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한중연 산하 도서관인 장서각이 소장한 자료를 정리하고 이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완공한 새 장서각 건물을 소개하며 “현재 조선 왕실이 소장했던 고(古) 도서와 민간 기증·기탁자료 10여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전시 및 열람을 통해 문화공간으로서 기능을 확대하고 한국학자료센터를 병설해 한국학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에 복귀한 그는 “제안을 받고 숙고한 끝에 잘할 자신이 있는 일이라 여겨 복직을 결정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고문헌 한역을 비롯해 영역도 빨리 진행하는 한편, 한국학 내에서도 학제 간 공동연구가 활발해지도록 지원해 한국학이 선진문화국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학문이 되게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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